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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채권추심 수렁서 구제…시민이 나서 ‘빚탕감 운동’ 펼친다

등록 :2014-04-02 20:31수정 :2014-04-02 22:55

서울의 길거리에 대출광고 전단지가 널려 있다. 저신용 서민들은 긴급한 사정 때 고금리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의 길거리에 대출광고 전단지가 널려 있다. 저신용 서민들은 긴급한 사정 때 고금리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내에서도 시장에서 헐값에 매각되는 ‘장기연체 부실채권’을 시민들이 직접 매입해 소각하는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운동이 시작된다. 금융채무 불이행자 100만명, 가계부채 1000조 시대에 장기 연체 채권이 대부업체 등의 수익사업으로 이용되며 벌어지는 부실채권 시장의 심각한 현실을 알리기 위한 시도다.

사단법인 희망살림,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등 금융·경제분야 시민단체와 우원식·이인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3일 발대식을 열고 모금 활동 기반의 한국판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2일 밝혔다. 롤링 주빌리는 2008년 금융위기 뒤 미국 금융인들의 탐욕에 반발한 ‘월 스트리트 점령 시위’(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주도자들이 2012년 11월부터 벌이고 있는 빚탕감 시민운동이다. ‘주빌리’는 특정 기념주기를 일컫는 말로, 일정 기간마다 죄나 부채를 탕감해주는 기독교적 전통에서 유래했다.

한국판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 시작
금융·경제 시민단체 모여 오늘 출범
모금통해 장기부실채권 산뒤 빚 탕감

금융채무연체자 350만명 달해
114만명은 상환 능력조차 없어

대부업체가 장기부실채권 싸게 사
대신 추심해 수익내는 수단 악용
채무자들은 채권자 바뀌는 바람에
낯선 대부업체에 시달리는 경우도

■ 대부업체의 먹거리…장기 부실채권 지난해 국내 부실채권 시장 규모는 10조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공장 등 담보가 확실한 연체 채권은 채권 원금의 70~80%에 대량 매입되며 고수익 투자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대개 개인의 신용대출이 연체된 무담보 장기 부실채권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팔린 부실채권은 저축은행과 신용정보회사, 대부업체 등을 거치며 수년간 추심과 매각이 반복된다. 채권자 쪽에서 볼 땐 ‘악성 채권’이다. 해당 채무자는 정상적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처지여서 빚 상환을 포기한 경우가 적잖다.

5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채권추심 행위를 할 수 없지만 대부업체 등 채권자들은 연체 통지나 재판을 통한 압류 등으로 시효 기간을 연장시키거나, ‘일부만 갚으면 다 갚은 걸로 처리해주겠다’고 설득해 시효를 부활시키기도 한다. 소멸시효가 완성됐어도 일부라도 갚으면 다시 시작된다. 은행연합회에 집적되는 금융채무 불이행 정보는 갚지 않은 지 7년이 지나면 삭제되지만, ‘갚고 받아내야 하는’ 쌍방관계는 지속된다.

30%대의 고금리 대출 외에 먹거리가 마땅찮은 영세 대부업체들에 장기 부실채권은 수익성 있는 시장으로 통하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채권 원금의 적게는 1%, 많게는 10%대로 부실채권을 매입해오며 평균 3%대에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적 채무조정을 위해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채권을 사온 국민행복기금은 3%대로 매입해왔다. 업체 처지에서는 100만원짜리 채권을 3만원에 사와 채권 추심을 통해 50만원만 받아도 큰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이런 사정 탓에 1997년 외환위기 때 빌린 카드빚이나 2008년 금융위기 때 생긴 은행 대출이 불어나 낯선 대부업체의 채권추심 대상에 오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장기연체자의 경우 빚을 갚으려 해도 본인의 채권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 채무연체 취약계층 증가…350만명 이러한 장기 부실채권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 한마음금융, 희망모아 등이 그 예다. 지난해 출범한 국민행복기금도 있다. 운영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집계로 공적 자산관리회사(AMC)가 지금까지 사들인 채권의 대상자는 287만명이다. 이 가운데 25만명은 원금 50% 탕감의 약정을 체결해 채무조정을 진행중이다. 캠코에서 국민행복기금 신청자를 조사해보니 연소득 1000만원 미만이 56.1%, 채무금 500만원 미만이 41.1%로 대부분 저소득·소액 연체자들이었다. 평균 연체기간은 6년2개월로 부실채권 시장에서 여러 단계 유통돼온 채권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연체자를 포함해 총 350만명가량이 금융채무 연체 탓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로 추정되고 있다.

그나마 공적 채무조정을 신청한 이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상환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이 추려보니 채무연체 취약계층 350만명 가운데 114만명은 ‘상환 능력이 매우 부족한 채무자’로 분석됐다. 예컨대 공적 자산관리회사에 채권이 매입된 뒤에도 채무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고령자 등으로, 정상적 경제생활로 복귀하는 게 어려워 보이는 이들이다. 사망한 걸로 추정되는 5만8000여명도 이에 포함돼 있다. 사망해도 연체 채권은 유족들에게 상속된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114만명에 대해서는 공적 채무조정 이상의 복지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희망살림 등은 일단 2000만원의 성금을 모금해 5년 이상 된 장기 부실채권 20억원어치를 매입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참여 가능 계좌 등은 에듀머니 누리집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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