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증세 없는 공약 이행’의 방법론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보’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에 대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데 중요한 법이 사장돼 세수 확보에 차질이 생겼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공약을 이행하려면 지하경제 양성화가 중요한데 이를 위한 법률 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놓고 재정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정부 관련 부처에서조차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로는 당장에 심각한 지경에 이른 세수 부족을 메우기 어려울뿐더러, 임기 내 135조원에 이르는 공약 재원 마련은 더욱 막막한 탓이다.

특히 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의 경우,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터에 대통령이 실효성을 ‘사장’시키는 발언을 한 데 대해, 개정법 활용에 기대를 걸고 있는 과세당국조차 허탈해하고 있다. 개정법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의심 현금거래 정보를 국세청과 공유하는 게 뼈대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은 지하경제 양성화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취지가 아니겠느냐”며 “김덕중 청장 취임 뒤 최대 과제를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 기반 확대에 두고 세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세 등 본질적인 ‘세제’는 그대로 둔 채, 이를 집행하는 ‘세정’ 강화만으로는 원활한 세수 확보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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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가 세금 누수의 주범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연구기관에 따라 다양한 추정치가 나온다. 대략 국내총생산(GDP)의 17~26% 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액으로는 250조~330조원이다. 추정치에 편차가 큰 것은 그만큼 정확한 규모를 특정할 수 없다는 반증이다. 다만 선진국보다 지하경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이를 축소해야 세수 기반을 넓힐 수 있고 조세 정의에도 부합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이는 없다. 하지만 세수 확보의 핵심을 지하경제 양성화에 두는 것은 올바른 진단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과세당국에 포착되지 않는 모든 음성적인 거래가 세금 탈루인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올해 세수 증대 효과를 많아야 1조6000억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하경제 추적과 세무조사 강화로 과세 기반을 넓혀서 더 걷는 세금을 ‘노력 세수’라고 하는데, 국세청은 내부적으로 그 최대치를 목표액 대비 3% 정도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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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세수 결손액(목표 세입 대비 세수 실적 부족분)이 1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결손액을 세목별로 보면 세수 차질의 가장 큰 원인은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목표만큼 걷히지 않는 데 있다. 경기 침체와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 등이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본질적인 제도 개선은 오히려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세청은 대통령직 인수위에 차명계좌의 처벌 강화를 요청한 바 있다. 주로 차명계좌를 통해 움직이는 검은돈이 지하경제의 온상이라는 판단에서다. 국세청 관계자는 “금융거래정보법은 단지 정보 공유를 확대하는 것인데,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차명거래를 금지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차명거래 금지 및 처벌 강화를 담은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4건이나 발의돼 있다.

박순빈 선임기자, 김경락 기자 sb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