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투기적 달러 거래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들의 달러선물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두 배나 많은 하루 평균 2억달러를 넘어섰다.

9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2월말까지 개인의 달러선물 하루 평균 거래량은 4241계약으로 지난해 1843계약에 견줘 130.11%나 늘었다. 달러선물 거래의 기본 단위인 1계약이 5만달러임을 고려할 때 개인이 하루 평균 2억1205만달러를 거래하는 셈이다. 전체 달러선물 거래량 가운데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86%에서 올해는 12.1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달러선물 거래는 미래의 일정 시점에 현재 정한 값으로 달러를 넘기거나 받기로 약속하는 계약을 말한다. 계약금의 4.5%를 위탁증거금으로 내면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약 350만원의 증거금으로 한 계약을 거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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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달러선물 거래는 지난해 8월 하루 평균 1529계약에서 9월 3959계약으로 크게 늘었다. 10월에는 2585계약, 11월 3077계약, 12월 4321계약, 올 1월 4186계약, 2월 4293계약으로 증가추세를 이어왔다. 이창희 우리선물 리테일영업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환율이 오른다고 하니 주식 투자자나 아주머니들도 달러선물을 하겠다며 외환 선물시장에 참여했다”며 “이는 실수요가 아닌 투기수요고, 개인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시장 참여자 수도 늘었고 단타 매매를 많이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선물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선 지난해와 달리 ‘매도’ 포지션을 고집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매도 포지션은 환율이 내려가야 수익을 얻고, ‘매수’ 포지션은 그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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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달러선물 시장에 뛰어들면서 거래에 참여하는 하루 평균 계좌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초에는 일평균 64계좌, 8월 139계좌에서 9월에 248계좌로 껑충 뛰었고, 올 1월에는 318계좌, 2월 361계좌로 크게 늘어났다. 그만큼 개인투자자 쪽에서도 ‘큰손’들의 참여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한국거래소 쪽은 앞으로는 중소 수출업체 등 소규모 법인들의 달러선물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는 현재 5만달러인 기본 거래단위를 5분의 1 수준인 1만달러로 낮출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선물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출렁거리니까 개인들이 달러 투기에 뛰어들었는데, 달러선물 거래단위을 낮추게 되면 투기 거래만 더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선물은 1999년 4월 도입됐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달러선물을 포함한 통화 파생상품 거래량은 아시아 1위,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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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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