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앞세워 내년 예산안을 긴축 편성한 가운데, 정작 투자기업들에 대한 세금감면액은 4조3천억원으로 전년의 두 배 넘게 편성한 것으로 4일 나타났다. 감세 혜택은 절반 이상이 대기업에 쏠릴 전망이다.

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내년 ‘통합투자세액공제’ 규모가 4조2883억원으로 전망됐다. 통합투자세액공제는 기업의 시설 등 유형자산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소득세에서 깎아주는 제도다. 통합투자세액공제는 2020년 개별 투자세액공제 항목을 합산하면서 만들어졌다. 해마다 늘어 윤석열 정부 첫 해인 2023년 2조798억원에 달했는데 3년 만에 2배 넘게 확대되는 셈이다.

통합투자세액공제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기업의 투자 확대 유도’를 명분으로 제도를 공격적으로 키워왔기 때문이다. 통합투자세액공제의 기본 공제율은 1~10%인데, 윤 정부 들어선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공제율을 15~25%까지 끌어올렸다. 이들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높은 투자세액공제율은 2024년 말 일몰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통해 일몰 시점을 2027년 말까지 늦추겠다고 밝혔다.

광고
한겨레 그래픽
한겨레 그래픽

통합투자세액공제는 투자 여력이 크고 영업이익 규모도 큰 대기업에 혜택이 주로 몰린다. 내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담긴 지난해 통합투자세액공제의 수혜자 귀착을 보면 대기업(상호출자제한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에 돌아간 세액공제 혜택이 전체의 56.8%(1조1809억원)를 차지했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공제액 비중은 각각 27%와 8%에 그쳤다.

통합투자세액공제를 포함한 전체 조세지출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내년도 조세지출 규모는 78조178억원으로 올해(71조4305억원)보다 9.2% 늘어날 전망이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내년 정부 총지출 규모를 경상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준(3.2%)으로 긴축한 반면, 걷어야 할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지출은 크게 늘린 셈이다. 조세지출의 무분별한 확대로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법정한도를 정해두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3년 연속 국세감면율 법정한도를 넘기고 있다.

광고
광고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지출은 세금을 많이 내는 대기업 등에 유리한 방식”이라며 “특히 한번 도입된 조세지출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세입 기반을 흔들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