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4개월째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 거래 증가와 정책대출 공급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끄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이 낸 ‘7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중 은행 가계대출은 주담대가 5조6천억원 증가하고 기타대출(일반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은 1천억원 감소하면서 5조5천억원 증가했다. 4월(5조원), 5월(6조원), 6월(5조9천억원)에 이어 4개월째 큰 폭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금융당국이 낸 자료를 보면,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7월 5조3천억원으로 전달(4조2천억원)에 견줘 1조원 넘게 늘었다.
주담대는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매매거래 증가, 대출금리 하락, 정책대출 공급 등의 영향으로 전달(6조2천억원)에 이어 증가세가 계속됐다. 일반적으로 주택매매거래 지표는 2∼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당분간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확대는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주택시장 상황, 금융권의 대출 취급 행태 등 불안 요인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 들어서도 가계대출은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8일까지 약 일주일 새 2조5천억원이 불어났다. 주담대가 1조6천억원가량 늘면서 역시나 증가세를 이끌었다.
부동산 시장 불안에 국토부가 오는 16일부터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하기로 했지만, 가계대출 증가라는 큰 흐름을 꺾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자료를 보면, 주담대 증가 폭 자체는 6월(6조원)보다 7월(5조4천억원)에 축소됐지만, 정책대출의 하나인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 폭은 6월 중 3조8천억원에서 7월 중 4조2천억원으로 증가했다. 박 차장은 “실수요자의 수요를 감안하면, 정책대출 요건이 강화되더라도 은행 자체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책대출 금리 인상이 흐름을 크게 바꿀 거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