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부가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 전방위적인 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효과가 확실한 수요 정책(대출 규제 강화)은 발표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대통령실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집값 상승에는 시장금리보다 훨씬 싼 저금리 정책대출을 무리하게 집행한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정책 실기 우려가 나온다.
최근 서울·수도권 집값 오름세에는 저리의 정책금융 공급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데는 정부 내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실제 최근 3개월(4~6월) 늘어난 은행권이 취급한 주택대출(전세대출 포함) 가운데 60%가 국토교통부가 공급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한 예로 주택구입대출인 디딤돌 대출의 올해 상반기 집행실적은 1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디딤돌 대출의 한 유형으로 올해 1월 새로 도입된 ‘신생아 특례대출’은 집값이 9억원인 주택까지 적용받는 터라 수도권 집값 급등의 불쏘시개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 유형의 대출만 올해 상반기 2조9천억원이 집행됐다.
이런 까닭에 정부 내에서도 금리 인상 등 정책대출의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계 부채와 거시건전성 관리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정부 내 논의에서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청년, 신혼부부 등에 대해 대출을 크게 늘려주라는 대통령실 주문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책 우선순위를 최종 갈음하는 대통령실이 가계부채 관리와 집값 안정보다는 청년, 신혼부부 주거 안정에 좀 더 무게를 뒀다는 뜻이다.
이번 대책에도 돈줄 죄기 정책이 빠지면서 정부가 집값 안정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커질 전망이다. 다만 정부도 이런 우려를 염두에 둔 메시지를 내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대출 전반의 증가 속도와 리스크 요인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겠다”며 “이를 토대로 조만간 추가 거시건전성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 발표 후에도 수도권 집값 안정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때 대출 규제 강화 정책을 내놓겠다는 뜻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