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에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과제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과도한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결손, 가계부채,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이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2년여간 10차례나 연장된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처’에 대해서는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쓴소리까지 담았다.
빈센트 코엔 오이시디(OECD) 경제검토국 국가분석실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한국 정부가 재정수지 개선하려고 했지만, 실망스러운 세수 탓에 (재정수지 개선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해 1∼5월 누적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4조4천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 대응 탓에 정부지출이 증가했던 2020년 5월(77조9천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크다.
더구나 이날 재정수지 적자는 확장적인 재정 정책의 대가가 아닌 세수 결손의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 5월까지 걷힌 국세는 15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조1천억원이 덜 걷혔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4천억원의 세수결손을 낸 바 있다. 오이시디는 “수출 회복과 부동산 가격 안정 등으로 세수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세금 감면’(tax relief)을 지난해 대규모의 세수결손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오이시디는 “지난해 세수결손은 주로 기업소득 감소(법인세)와 부동산시장 약세(양도소득세) 등에 기인했으나, 세금 감면도 (세수결손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가계가 짊어진 과도한 부채도 소비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누적된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식어버린 소비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과 대비되며 올해 우리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오이시디는 “높은 가계부채는 금리 상승과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인해 빚을 진 가계가 소비를 억제하게 되는 거시적인 위험으로 작용한다”며 “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해 적정한 주택 가격을 확보하고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 가계부채의 비중은 2023년 말 기준 93.5%으로 미국(72.8%), 일본(64.1%), 유로 지역(54.1%) 등과 견줘 월등히 높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문제의식도 보고서 곳곳에 등장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원화된 노동시장은 산업 생산성을 끌어내리고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는 게 오이시디의 판단이다. 해법은 ‘사회보험의 강화’다. 오이시디는 “한국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완전하고, 중소기업 가입률이 대기업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며 “사회보험 가입을 확대해 노동시장 이원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300인 이하 기업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2006년 81.7%에서 2022년 91.2%로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300인 초과 기업(2022년 99.8%)과 비교하면 여전히 9%포인트 정도 격차가 벌어져 있다.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처도 오이시디의 지적을 피해가지 못했다. 오이시디는 2021년 11월 시작돼 10차례나 연장된 유류세 인하 조처를 완전히 폐지하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오이시디는 “휘발유 등을 자주 구매하는 고소득 가구에 혜택이 몰리고, (유류가격을 낮춰) 장기적으로 과소비를 유발한다. 또 (화석연료 소비가 늘어나) 기후 목표에 역행하기 때문에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