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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선대부두 야적장. 연합뉴스
부산 신선대부두 야적장. 연합뉴스

국외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한 직접투자로 창출한 일자리 가운데 한국기업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공격적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과 이에 따른 국내 기업의 적극적 조응이 가져온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에 따라 국내 전통적인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이 내수 시장에 파급되는 효과가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한국과 미국 경기 사이에 탈동조화(디커플링) 징후도 뚜렷해지고 있다.

27일 미국의 비영리 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본국 회귀) 및 해외 기업의 직접투자(FDI)로 미국시장에 새로 창출된 일자리는 총 18만2880개(리쇼어링 10만8351개, 직접투자 7만4529개)다. 특히 미국 내 리쇼어링과 직접투자에 따라 창출된 일자리수는 2019년 9만8700개, 2020년 15만6300개, 2021년 24만4800개, 2022년 34만3700개, 2023년 36만5700개(추정)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 창출된 일자리 규모를 염두에 두면 올해 새로 만들어지는 규모는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이 되는 셈이다.

국가별 일자리 기여도는 한국이 17%로 1위다. 영국(15%), 독일(11%) 중국(9%) 일본(9%)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시장 투자로 올 상반기에 창출한 미국 내 일자리가 가장 많았다는 뜻이다. 한국은 대미 투자 1건당 평균 393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특히 미국 총 50개 주 중에서 리쇼어링과 해외기업 직접투자로 창출된 일자리가 가장 많은 지역은 켄터키(14%)와 조지아(10%)였는데, 이 지역에는 에스케이온과 현대차가 투자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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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망 조정 과정에서 설비투자가 미국에 집중되면서 최근 반도체 산업 호조가 국내 설비투자 등 내수 증가로 이어지던 관계가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예로 국내 반도제 제조용기계 수입증감율(월간·동기비)은 3월 이후 꾸준히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다. 강승원 엔에이치(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와 달리 반도체 수출 호조가 국내 설비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설비투자액 급감(전년대비 -25.3%)이라는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설비투자 증가율은 15.4%(전년 대비)에 그칠 거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국내 기업의 미국내 투자 확대가 최근 수출과 내수 경기간 디커플링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통상 수출이 늘어나면 관련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늘어 내수 경기도 살아난다. 강승원 연구원은 “올 들어 5월에 독일·영국 대표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자국 국민경제는 침체 상태인 이유 중 한 가지는 한국처럼 자국 대표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어 미국 시장에 제품을 팔고, 정작 본국에서는 투자·소비가 별로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통계청의 수출경기확산지수(135개 주요 수출품목 중에 수출액이 전달보다 증가한 품목 수를 백분비로 산출, 3개월 이동평균)는 올 들어 매월(4월까지) 기준선(50. 이보다 높으면 확장국면, 낮으면 수축국면)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반도체 위주로 전체 수출이 지난 5월까지 8개월 연속 증가(전년 대비)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수출상품 제조(내수) 경기는 아직 확장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