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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사람과디지털포럼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겨레>주최로 열려 기조세션1 '상식과 가치를 지닌 AI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최예진 미국 워싱턴대학교 교수와 하정우 네이버 퓨처 AI센터장이 대담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제3회 사람과디지털포럼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겨레>주최로 열려 기조세션1 '상식과 가치를 지닌 AI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최예진 미국 워싱턴대학교 교수와 하정우 네이버 퓨처 AI센터장이 대담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우리가 시험공부 할 때 벼락치기 하는 건 별로 깊은 공부가 안된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거대언어모델(LLM)들은 대규모 데이터를 쏟아붓는 ‘주입식 교육’으로 학습해나가고 있다고 봐요.”

전 세계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연구 선구자로 꼽히는 최예진 미국 워싱턴대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 기조연사로 참여해 “생성형 인공지능은 많은 양의 상식, 지식을 습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상한 실수를 저지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인공지능은 결국 사람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인공지능 윤리·안전성 문제에 관한 연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2022년 인공지능에 상식과 추론 능력을 불어넣는 연구로 천재들에게 준다는 맥아더 펠로상을 받았고, 지난해엔 ‘타임’이 발표한 ‘인공지능 100대 인물’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그는 자연어 처리 분야의 전문가이자 ‘놀랍도록 똑똑하고 충격적이게 어리석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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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챗지피티(ChatGPT)에게 ‘5개의 옷을 말리는 데 5시간 걸렸다. 그럼 30개 옷을 말리기 위해선 얼마나 걸리겠냐’ 물었더니 ‘30시간 걸릴 것’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제가 이 사례를 공개한 이후 답변이 정교하게 수정되긴 했지만, 진짜 문제는 흔히 ‘챗지피티가 뛰어나다’고 알려졌지만, 굉장히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하게 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화상 연결을 통해 ‘상식과 가치를 지닌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연설에 나선 최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갖는 위험, ‘상식의 역설’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은 상식으로 어느 것이 올바른 이미지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의 경우 어떤 것이 실제로 나쁜지 알지 못하고, 나쁜 예도 많이 생성한다”며 “일반적으로 사람의 경우 이해하는 것 보다 생성하는 게 어렵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와 반대로 뭔가를 생성할 수 있지만, 어떤 내용을 온전히 이해는 어렵다. 잘못된 사례의 그림 등을 굉장히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인공지능의 한계”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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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설을 마친 최 교수는 하정우 네이버 퓨처 에이아이(AI) 센터장과 대담을 이어갔다. 사람을 뛰어넘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의미하는 범용인공지능(AGI)에 대한 정의를 묻는 하 센터장 질문에 최 교수는 “인공지능 업계 쪽에서는 ‘에이지아이(AGI)’라는 단어를 아주 좋아하지만, 학계에서는 아주 싫어한다”고 답했다. 이어 “아이큐 테스트, 수능과 같은 인간 지능을 측정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류가 명확하게 인간 지능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면 3년 안에 생성형 인공지능 성능이 굉장히 좋아지면 ‘이게 혹시 에이지아이 아니냐’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과 관련해 가장 시급히 연구돼야 할 주제로 계속되는 인공지능 ‘환각(Hallucination)’ 현상과 윤리·도덕 문제를 꼽았다. 그는 “인공지능 모델들은 지금 실제 현실과 가상 현실을 명확하게 구분을 못 하고 또한 사실과 거짓을 혼동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인공지능이 주입식으로만 질 낮은 데이터까지 습득해 명확한 사실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인공지능은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더뎠을 때는 (인공지능 윤리나 도덕 같은 문제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으나 이젠 충분히 인류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인간의 가치와 상식 같은 것들을 인공지능에 잘 가르쳐야 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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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 교수는 미래세대 인공지능 연구자들에게 조언도 남겼다. “지금까지 연구를 해오면서 갈림길에 섰을 때 굳이 ‘성공해야지’ 이런 마음보다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지’라는 마음으로 도전해왔던 것 같아요.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가기보다 저만의 어떤 길이나 연구를 하고자 했는데, 만약 연구에 실패하더라도 학계가 공유할 수 있는 배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용기를 가지고 도전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