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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가계부채 조장 정책 비판과 한계채무자, 중소상인 빚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해 10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가계부채 조장 정책 비판과 한계채무자, 중소상인 빚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제일 바꾸기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 나는 성공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경험이 있으면 과거 성공의 사례를 고수하려고 한다. 강남 아파트를 통해 돈을 번 사람은 돈만 생기면 강남 아파트를 더 사려고 한다. 비트코인 대박 경험이나, 주식 투자 성공 경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예측도 불가능하다.

확실한 것이 없다면, 투자에는 정답이 없을까? 의외로 정답이 있다. 포트폴리오 투자가 정답이다. 어떤 주식을 언제 살지 예측하는 게 투자의 핵심이 아니다. 주식·채권·부동산 등의 비율을 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그 비율을 조정하는 것(리밸런싱)이 투자의 정답이다. 실제로 수익률의 핵심은 어떤 종목을 언제 샀는지보다 포트폴리오 구성비라고 한다. 포트폴리오 투자 원칙은 어떤 것도 다다익선이 아니다. 적절한 비율을 지속해서 조정해가는 것이다.

투자와 부채, 황금비율 찾을 생각 않고

국가부채 비율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은 국가부채 비율이 낮을수록 좋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국가부채 비율은 낮지도 높지도 않고 적절해야 좋다. 국가부채는 적을수록 좋다고 오해하는 이유는 국가 재정을 가정 살림에 비유하기 때문이다. 가정 살림은 부채가 적으면 좋다. 아예 한푼도 없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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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정 살림과 국가 살림 원칙은 정반대다. 가정 살림은 수입이 늘면 지출을 늘리고, 수입이 줄면 허리띠를 졸라맨다. 그러나 국가는 반대다. 내수가 안 좋아 세수입이 줄어들면, 경기 부양차 지출을 늘려야 한다. 거꾸로 경기 과열로 세수입이 늘면 오히려 지출을 줄여야 한다.

기업의 부채비율도 적절할수록 좋다. 가장 적절한 부채비율을 정하는 이론이나 방정식은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부채비율을 늘렸다가 줄였다가 동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부채비율을 늘려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채 조달 금리보다 이익률이 더 크면 부채를 조달해서 투자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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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비슷하다. 국채 조달 금리보다 명목성장률이 높을 때는 국채를 발행해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국채로 조달한 돈으로 우리나라 모든 부분에 완벽하게 ‘포트폴리오 지출’을 한다면, 경상성장률만큼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원준 경북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명목 경제성장률이 국채 이자율보다 높은 연도가 주요 선진국 대비 가장 많았다고 한다. 최적 효율성을 달성하기에는 국채 공급량이 다소 부족했을 수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부채가 많이 증가한다. 2023년 말 273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에 이른다. 그런데 빠르게 기업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치인과 국민이 기업에 요구하는 바는 한결같다. 투자를 더 늘리라는 것이다. 투자를 늘리면 부채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투자는 많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고 부채는 적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다. 투자의 양과 부채의 양을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황금비율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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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적 마인드의 핵심은 기회비용을 인식하는 것이다. 환율은 높을수록 좋을까? 낮을수록 좋을까? 물가는? 실업률은? 경제성장률은? 일반인은 경제성장률이 ‘다다익선’으로,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은 ‘소소익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는 물가와 실업률·금리·경제성장률의 상충 관계를 인식하고 이를 조화시키고자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도 균형의 예술이다. 자유와 평등도 균형을 잡아야 하고, 국가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균형도 잡아야 한다. 변하지 않는 고정된 균형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변화된 경제, 사회 상황에 맞춰 동태적으로 국민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 국민 합의의 선결 조건은 정확한 현실 진단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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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문재인’ 성공 경험에 빠져서

‘매크로 레버리지’(거시적 부채)라는 개념이 있다. 정부부채와 민간부채(기업부채+가계부채)의 합을 의미한다. 정부부채와 민간부채는 다소 상충 관계에 있다. 즉, 정부부채를 줄이면 기업부채나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민간부채를 줄이려 하면 정부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도 줄이고, 국가부채도 줄이고, 기업의 투자를 늘린다고 한다. 불가능한 목표다. 정부는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국가부채를 줄이고자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계부채를 더욱 악화시키거나, 국내총생산의 120%에 이르는 기업부채를 더욱 늘리는 것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

재정의 트릴레마(삼중 모순)라는 균형점이 있다. 재정의 트릴레마는 국가가 복지, 연구·개발(R&D) 비용 등 지출을 늘리고자 한다면, 세금을 더 걷거나 부채를 추가 발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복지, 연구·개발비 지출도 늘리고, 세금은 줄이면서 재정 건전성은 높인다고 한다.

불가능한 목표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포기하거나, 감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올해 정부지출은 전년보다 2.8% 증가했다. 전년 물가상승률(3.6%)에도 미치지 못하니 실질적 정부지출은 줄어들었다. 올해 관리재정수지 목표치는 -92조원이다.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이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 결국 이 정부의 재정의 트릴레마 균형점은, 감세라는 한가지 목표를 위해 재정지출을 줄이고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선택을 했다. 이러한 균형점이 좋은지 솔직하게 말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해놓고 이것이 달성이 안 되면 전 정부 탓을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빚만 잔뜩 물려받은 소년 가장의 심정”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통합재정수지는 24조원 흑자, 2018년은 31조원 흑자, 2019년은 -12조원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2022년 통합재정수지는 -65조원, 2023년은 -37조원, 2024년 목표는 -44조원이다. 정권을 잡은 지 햇수로 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전 정부 탓을 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제일 바꾸기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바로 성공의 경험이다. 윤 대통령은 문 정부를 비판하는 것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엄청난 성공을 경험했다. 아무리 강력한 성공의 경험이 있어도 시대가 바뀌고 경제적 여건, 정치적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균형점을 제시해야 한다. 책 한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한다. 변화된 환경에 따른, 뉴노멀에 따른 변화된 균형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존 생각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 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하는 타이핑 노동자. ‘경제 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