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며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대부분의 추진 과제가 다시금 ‘여소야대’로 구성된 국회를 통한 법 개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막 총선을 끝낸 각 당이 국회에서 입법 논의를 할 수 있을만큼 전열이 재정비되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1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정부·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2024년 경제정책방향’이나 24차례의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 발표한 세법 개정안 7개가 계류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과거 여야 간 합의로 시행 예정일을 2023년에서 2025년으로 미룬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증시 개장식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고, 민생토론회에서 한차례 더 폐지를 공언했다.

이밖에도 기획재정부가 연초 발표한 기업 일반분야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10%포인트 높이고,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올해 말까지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계류되어 있다. 1주택자가 비수도권 준공 뒤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면 1세대 1주택자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도 아직 기재위 문턱을 넘기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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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부한도를 연 2천만원(총 1억원)에서 연 4천만원(총 2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비롯해 상반기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및 노후차 교체시 개별소비세 감면 등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도 발의돼 있다. 또 지은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에 대해서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에 대해 10년 장기임대 등록을 부활하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이 남은 21대 국회 임기(오는 5월29일 만료) 중에 제대로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상 총선 뒤 새 국회 임기 시작 전에 기존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에서는 여야 간 쟁점이 있는 법안이 처리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계류 법안들은 임기만료 폐기되고, 22대 국회에서 새로 발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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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속의 한 기재위 관계자는 “여야 간 쟁점 법안을 남은 임기 중에 서둘러 처리하기보다 새로 구성될 국회에서 여야가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겠느냐”며 “게다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하거나 낙선한 의원들이 위원장이나 간사인 상임위들도 더러 있어 현실적으로 법안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여당이 총선 전에 쏟아낸 여러 ‘감세 정책’을 비롯한 각종 신규 과제들은 더욱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대표적인 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부가가치세 부담 완화 방안이다. 한 위원장의 발언 뒤 기재부가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여당이 참패한 만큼 당장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부가세는 단일세율 체계인 까닭에 한 위원장의 발언처럼 일부 품목에만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의 법개정은 상당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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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꺼내놓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분상제) 규제 추가 완화 역시 추진 동력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당시 박 장관은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국회를) 잘 설득해 통과시켜 나가겠다”고 말했지만, 이와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재초환·분상제 규제 완화를 한 차례 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면 민주당 동의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여야 모두 안정적인 정책 논의를 할 진용을 갖추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가 막을 내린 이후 당의 진로를 사실상 백지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 이후 새롭게 꾸려질 지도부를 중심으로 주요 윤석열 정부 정책과제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위원장 등이 결정되기까지도 지난한 협상이 예상되는 형편이다. 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