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 모습. 연합뉴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 모습. 연합뉴스

중동 불안 고조, 양안(중국과 대만) 및 미-중 갈등 확대 가능성 등 대외 정세가 요동치지만 요즘 정부가 내놓고 있는 각종 국내 경제정책들은 ‘딴 세상’이다. 정책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 심화로 올해 이후 우리 거시경제에 주는 비용 부담은 ‘확실하게’ 커지는 정책을 정부·대통령실이 연일 쏟아내고 있다. 경제가 정치에 휩쓸려가는 이른바 ‘폴리코노미’가 여러 경제정책을 관통하면서, 정책 스텝이 꼬이고 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올해 첫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마련한 ‘설 민생 안정 대책’엔 소상공인·자영업자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한 3천억원 규모의 대출이자 환급 방안이 포함됐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연초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소상공인 응원 3대 패키지’ 중 하나다. 설 연휴가 끝나고 오는 3월 말부터 지급 예정인 정부의 현금 지원책을 명절 대책으로 앞에 끼워 넣은 셈이다.

이와 엇비슷한 각종 ‘단기 지원’ 정책들이 새해 벽두부터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 증시 개장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방침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포함한 ‘1·10 부동산 대책’을 비롯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와 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발표한 주요 경제정책 꾸러미만 7개다. 이틀에 하나꼴로 민생 대책을 쏟아낸 셈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꺼내든 공매도 금지,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완화, 2조원 규모 은행권 상생금융 지원책 등을 포함하면 두 달 보름 새 발표한 대책이 대략 10개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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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이 ‘총선 시계’ 속에 경제정책들을 국내 ‘표’에 조준하면서 정작 수출 위험 완화, 고물가·고금리 충격 진정 등 거시경제 안정화 대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새해 우리 경제는 당장 대외 여건 악화로 공급망 위기 재발 우려와 수출·물가 등의 불확실성이 재차 커지고 있다. 미국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으로 중동 지역 내 확전 우려가 확산되며 해운 운임과 국제 유가에 일제히 비상등이 켜졌다. 미-중 대리전 성격이 짙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돼 미-중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리라는 염려도 적지 않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양안 관계 악화로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고 미국이 중국 견제를 강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는 세금 감면 등 각종 일회성·단기 대책의 실효성도 불투명하다. 상당수 정책은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한데다 2년 연속 1%대 저성장 우려, 서민·중소기업의 실질소득 악화, 고금리의 실물 경제 타격 등 거시경제 현안을 위한 정책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누적된 부채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내수 부진, 이익을 갉아먹는 고금리·고비용 부담 등으로 삼중고를 겪는 중소기업들의 소외감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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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처 관료들도 선거를 의식한 ‘용산발 정책들’을 뒷수습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간부는 최근 “금투세 폐지 같은 주요 정책을 발표 직전에 전해 듣는 상황”이라며 허탈함을 토로했다. 한국 경제 안팎으로 물이 서서히 끓고 있는데 국내 선거에만 온통 신경 쓰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이날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듣는 여러 경제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쏟아지고 있다. 주로 감세 위주의 정책들인데 그 혜택은 주로 대기업과 고소득 자산가 계층·집단에 돌아가는 것들”이라며 “우리 경제에서 이른바 ‘낙수효과’는 잘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이미 드러난 만큼 연말·연초에 발표된 일련의 감세정책들이 경제를 전체적으로 활성화시키거나 계층 간 소득·고용 형평성을 높여줄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