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 요금이 사실상 철강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사진은 지난해 말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 요금이 사실상 철강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사진은 지난해 말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 요금이 사실상 철강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정부가 값싼 전기료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유보가 통상 문제로 번진 것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달 관보를 통해 2021년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철강 후판에 각각 1.08%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특정 상품에 보조금 등의 혜택을 줘 수입국 제품의 경쟁력을 영향을 끼칠 때 그 피해를 막기 위해 수출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다. 미 상무부는 “한국의 값싼 산업용 전기가 한국 철강업체에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철강업계는 몇해 전부터 한국의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낮아 철강업체 보조금 구실을 하고 있다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정부와 철강업계는 지난 2월 미국 수출 후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미 상무부의 예비판정 이후 이를 뒤집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종 확정을 바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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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계관세는 미 상무부가 2021년 이후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이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묶여 있자 최종 부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2021년 이후 산업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원가 대비 판매가 비율)이 100%를 넘지 못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전의 전기요금 총괄원가회수율은 2020년 101.3%에서 2021년 85.9%, 2022년 64.2%로 크게 낮아졌다. 국제 연료값 상승으로 전기 원가가 높아졌는데 정부가 이를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이번 최종 판정을 앞두고 지난달 미 상무부는 한국전력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흑자를 낼 때는 상계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데, 적자가 오래 지속되다보니 정부 보조금으로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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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 상무부의 결정이 다른 업종에도 파급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한해 미국에 수출하는 후판 물량은 4만t으로 전체 생산량의 2% 수준이지만, 전기료가 원가 이하의 수준을 유지하면 지속적으로 통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 국제무역법원(ITC)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계관세로 인한 국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제철은 “최종 판정에 있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서 차후 대응을 구상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대미 후판 수출 물량은 크지 않아서 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크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응 방법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고한솔 기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