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5일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북한 주민들이 흙을 나르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연합뉴스
지난 2월15일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북한 주민들이 흙을 나르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연합뉴스

북한 경제동향 파악에 필요한 ‘입수 가능한 정보·지표 획득’이 대북 경제제재와 코로나19로 더욱 제한되고 취약해진 상황에서 최근에 인공위성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북한경제 데이터를 파악해보려는 시도가 젊은 북한경제 연구자들 사이에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다. 야간조도 데이터와 낮 시간 영상을 컴퓨터 기계학습으로 수치화한 데이터 구축, 환경위성을 활용한 북한 대기오염물질과 산업활동 동향 파악, 해양선박데이터(AIS)와 텍스트마이닝 등 빅데이터를 이용한 분석까지 ‘비전통적 데이터’를 활용해 북한경제 통계를 새롭게 발굴·구축하려는 여러 방법론이 흥미를 끈다.

3일 한국개발연구원이 펴낸 <북한경제 리뷰> 6월호를 보면, 코로나 이후 북한경제 연구환경은 한층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초 북한당국이 중국과의 육상 국경을 봉쇄한 이후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관찰 정보가 크게 제한됐고, 북한 주재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직원도 전부 철수한 탓이다. 국경 단속 강화로 탈북자도 크게 줄었고 북·중 간 교역 제한과 화물열차 및 인적 왕래 중단으로 북한경제 자료 입수도 큰 곤란을 겪고 있다.

그러자 최근 30~40대 연구자들이 디지털·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북한경제 데이터 발굴·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 중에서 인공위성 영상을 활용한 북한 야간조도 데이터 연구는 평양 등 특정 지역에 집중해 북한 거시경제 추세와 대북 경제제재의 영향력, 지역별 경제격차 등을 살펴보는 시도다. 다만 북한이 만성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는터라 야간조도가 북한 경제 실상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주간의 경제활동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따라 주간 위성영상 데이터를 북한경제에 적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낮 시간에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을 활용해 여러 시점의 사진을 놓고 차이점을 분석·발견하는 방식인데, 최근에 버스의 이동을 관찰해 개성공단 가동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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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학습 활용을 통한 알고리즘을 인공위성 촬영영상에 적용해 북한의 지역별 건축활동 및 도시화지수를 산출한 연구도 있다. 김규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대다수 국제 선박에 위성 데이터를 이용한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이 장착돼 있다. 이 선박 활동 정보 데이터와 해운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북한 선박자료를 구축한 뒤 북한의 공식·비공식 무역을 분석한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위성이 관측한 북한의 주요 대기오염물질(이산화질소 등)과 북한 산업·경제 활동을 연관지어 살펴보는 연구도 활발하다. 기간(여름·겨울)과 지역(서울·평양)에 따라 이산화질소의 농도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북한 특정 지역(시·군)의 산업생산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상은 주로 <경제연구>나 <노동신문> 등 북한 공식자료에 기초해 워드 클라우드 및 단순 빈도수 외에도 다양한 텍스트(문자·단어) 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분석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를 포함하는 오픈소스 출처의 북한 텍스트 데이터를 정량적인 수치 데이터로 전환해 대량 데이터를 관리·분석하기도 하는데, 2016년에 수출입 무역데이터와 선박활동 같은 오픈소스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해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을 실증연구한 보고서도 발표됐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경제 연구만큼은 그 특성상 한국이 가장 최전선에 앞서 있다. 미국 관료나 학자들도 우리 보고서를 영어로 번역해 참고한다”며, “새 방법론을 활용한 분석들이 북한경제 실상 파악에서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