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원도 춘천에서 축제기획과 운영, 문화예술 컨설팅 등을 기획하는 협동조합 판은 직원들이 함께 소유하고 경영하는 직원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 가치와 원칙에 따른 조직 운영에 대해 구성원들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협동조합 자가진단에 참여했다. 예상보다 민주적 통제, 교육훈련과 정보제공 등에 대한 직원 만족도가 낮음을 확인한 협동조합 판은 자가진단 결과를 일부 반영해 조직 운영 방향을 수정할 계획이다.
#2 경기도 여주에서 활동하는 여행플러스 협동조합은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과 지역 활동가가 주축이 돼 꾸린 협동조합이다. 필리핀,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조합원이 함께 모여 있다. 협동조합의 목적과 의미를 조합원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협동조합 자가진단에 참여했다. 자가진단 참여 자체가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의 의미와 가치를 학습하는 시간이었다. 여행플러스 협동조합은 자가진단 결과를 조합원들과 함께 공유하며 한 해를 돌아보려 한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충무로 상상캔버스에서 ‘쿱인덱스(Coop-index) 2.0 확산 및 활용도 제고 사업 성과 공유회’가 열렸다. 쿱인덱스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추진한 협동조합의 성장 및 발전을 조합원 스스로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진단도구이다.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 준수 정도, 조직의 성숙도, 조합원 신뢰도 등을 개별 조합원이 설문조사로 응답한 결과를 점검한다.
지난 2019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캐나다의 쿱인덱스를 국내 상황에 맞게 변형해 현장의 협동조합에 적용했다. 올해 지난 3년 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문항의 중복, 통계적 타당성 검증 필요성 등 미비함을 전면 개선해 쿱인덱스 2.0을 재개발했다. 쿱인덱스 개발을 맡은 쿠피협동조합의 박상선 이사장(성공회대 교수)은 쿱인덱스의 주요내용을 소개하며 “사회적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평가도구가 있으나 쿱인덱스는 자가진단 평가모델로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동조합 스스로 조직 운영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량적인 기초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이번에 개정된 협동조합 자가진단에 63개 협동조합이 참여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협동조합의 자가진단 참여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활용가이드를 작업 중에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아영 성공회대 연구교수(협동조합경영학)는 “쿱인덱스가 조직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협동조합의 일상적인 운영에 활용될 수 있도록 설문 응답 편의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기포 농협대 교수(도시행정학) 또한 “협동조합의 적극적인 자가진단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상에 설문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순환 충북사회적경제회의회 사무국장은 “현장에서는 자가진단의 유인이 없다”며 “설문 참여 자체가 협동조합 교육이 된다는 측면에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주관 교육사업 참여 시 가점을 주거나 참여확인서를 발급하는 등 현실적인 혜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종익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4년간 축적된 자가진단 자료를 협동조합 유형, 사업분야별 추이를 확인하고 차이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과공유회에 자리한 정현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은 창출하는 사회적가치를 외부에 잘 알릴 수 있어야 한다”며 “쿱인덱스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협동조합 발전을 위한 개선점과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