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시가 15억원을 넘는 규제지역 고가 아파트를 살 땐 받을 수 없었던 주택담보대출이 빠르면 내년 초부터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가능해진다. 현재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세종에 적용 중인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은 11월 중 추가 해제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가 커지자 관련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지만, 금리 상승으로 매수 심리가 얼어붙고 있어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부동산 규제 완화안을 여럿 꺼내놨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고가 아파트 대출 규제 완화다. 김주현 위원장은 “그동안 (부동산 대출) 규제가 굉장히 강했는데, 최근 금리도 오르고, 여러 정책 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하나 풀어 놓겠다”고 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 아파트를 사려는 무주택자·1주택자는 기존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주택 가격과 무관하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로 단일화된다. 기존에는 9억원 초과인 경우 엘티브이가 최대 20%로 제한됐고, 15억원 초과 땐 주택담보대출이 아예 금지됐다. 다만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엘티브이 규제는 현행(비규제지역 60%, 규제지역 0%)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출·세제·청약 관련 규제가 폭넓게 적용되는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해제도 또 한 차례 이뤄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11월 중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추가 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지난 6월30일과 9월21일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지역을 일부 해제한 데 이은 올해 세번째 해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모든 지역과 경기 일부 지역, 조정대상지역은 서울·세종 전 지역과 경기·인천 일부 지역에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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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기한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중도금 대출 보증 조건을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나온 대책은 부동산 경기 하강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그대로인데다, 무엇보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이 커진 상태라 효과는 미지수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거래 절벽의 근본 배경은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 우려라, 대출 규제 완화만으로 매수 심리가 회복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디에스아르 규제가 함께 완화된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선 주택담보대출이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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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일정 기간 뒤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 대출자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 신청 기준을 완화해, 새달 7일부터 2단계 신청을 받기로 했다. 주택 가격 요건은 시세 4억원에서 6억원 이하로, 부부 합산 소득 요건은 7천만원에서 1억원 이하로, 대출 한도는 최대 2억5천만원에서 3억6천만원으로 확대한다.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정상 상환이 어려워진 주택담보대출 대출자에 대해 내년 초부터 채무 조정을 확대하는 방안도 준비하기로 했다. 정부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나 정상화가 필요한 취약 기업에 5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계획도 연내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