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왔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이나 영국의 얼로트먼트 가든처럼 유럽에서는 도시 구획 안에 작은 정원이나 텃밭 형태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은 공유지에 설치돼 있고, 공동체 가치를 중시하는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태도시 아바나로 유명한 쿠바는 식량 공급에 초점을 두었고, 일본은 외국의 선례를 바탕으로 체류형 시민농원을 선보였다. 우리나라도 도시 주변 텃밭과 주말농장을 중심으로 도시농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일본은 20세기 초 영국의 얼로트먼트 가든이 도쿄에 소개되면서 도시농업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1974년 제정된 녹지법이 시가지의 농지를 보전하는 데 뒷받침이 됐다. 현재 일본의 시민농원은 새로운 형태의 생태관광으로 발전해가는 중이다. 빌딩의 옥상 텃밭은 물론, 지하철(전철) 선로 위에도 시민농원을 조성하는가 하면 건물 지하에서 채소나 벼를 재배하기도 한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도 도시농업이 발전한 곳이다. 소련 붕괴 이후 쿠바에서 비료와 살충제 등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유기농업과 병충해 방지 기술이 발달했고 여기에 운송 비용 절감과 생계를 위한 노력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도시농업을 촉진시켰다. 아바나에서 소비되는 농작물의 80~90%는 도시 전역에 소규모로 흩어져 이뤄지는 텃밭 또는 농장에서 생산한 것이다.
러시아인들의 주말농장 ‘다차’는 도시민 절반이 이용할 정도다. 다차는 통나무로 지은 오두막집과 텃밭이 딸린 작은 농장을 뜻하는데, 주말을 이용해 머무르며 농사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정부가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에 걸쳐 땅을 무상분배하면서 다차는 러시아인들에게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다차 역시 경제난 때에는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어젠다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