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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출산율 0.5까지 떨어질 것…앞으로 5년, 마지막 골든타임”

등록 :2022-08-29 09:15수정 :2022-08-29 09:47

인터뷰 전영수 한양대 교수

“인구문제의 심각성 오래전 경고됐지만
지표와 현실 체감의 괴리 굉장히 커

도농 격차 심화와 수도권 자원 독점 속
비교 열위의 청년들은 밀려날 수밖에”

“인구 대응 골든타임, 앞으로 5년이 마지막
미래세대 희망 잃으면 공멸은 불가피

뉴노멀에 맞는 도농 균형 기획·실행 필요
로컬리즘·균형발전이 인구문제뿐 아니라
고용·주거 등 자원 왜곡 해소할 수 있어”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국제관 연구실에서 인구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국제관 연구실에서 인구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많은 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로 인구 통계를 꼽는다. 지방대학의 붕괴, 주거 불안, 연금 고갈, 노년 부양비 등은 모두 인구문제와 연관돼 있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의 인구 감소로 5년째 출산율 0%대의 ‘초저출산의 덫’에 걸린 대한민국, 문제는 ‘마땅한 대응 방안이 있는가’일 것이다. 인구경제학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의 변화를 담아낸 인구 통계를 보건대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까지 내몰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의 인구정책에서 틀을 확 바꾸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코앞까지 다가선 인구절벽의 현황과 현실, 파장을 진단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이미 선진국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전 교수는 “출산율 0.81명이 갖는 의미,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금 추세로 간다면 재앙에 가까운 파탄 사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냉정하게 보면 0.5 수준까지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출산·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허리 격인 중위연령층은 1980년 21살에서 40년이 지난 2020년에 44살로 늘어났고, 또 40년 뒤인 2060년엔 61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빠른 속도의 고령화 속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이른바 ‘늙어가는 사회’는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할 미래세대에게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사라지고 향후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되는 시대, 그때 가서 ‘새판 짜기’는 이미 늦다.

전 교수가 제안하는 인구 대응 방안은 정년 연장과 연금 및 조세 개혁, 로컬리즘, 균형발전 등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전 교수는 정부와 민간의 협업을 비롯해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인구 증가가 전제된 고성장기 작동 기제는 이미 기능 부전에 빠진 만큼 생산·소비 주체의 공급 감소에 맞춘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 교수는 “한국은 마지막 타이밍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5년의 시간이 인구 혁신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국제관 연구실에서 했다.

미래 불확실성, 공고한 성 역할 구조…비출산이 ‘합리적 선택’ 됐다

―초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첫째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지금 가진 게 없어도 미래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있으면 고위험 선택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청년세대에게는 그게 사라졌다. 기본적으로 비교 열위에 놓여 있어 선배 세대와 자원 쟁탈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가치관이 바뀌었다. 특히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공고한 성 역할 구조, 대표적으로 ‘독박 육아’ 같은 것들이 여성들에게 비출산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이도록 한 거다. 미래세대가 희망을 잃으면 공멸은 불가피하다.”

―인구문제의 심각성은 오래전부터 경고돼왔지만 출산·양육·교육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은데?

“체감의 현실과 지표가 알려주는 괴리가 굉장히 크다. 이게 인구문제를 바라보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선인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시급한 정책도 지체되거나 그냥 넘어가는 거다. 지방을 보라. 지방은 한국의 ‘정해진 미래’를 알려주는 징후다. 229개 기초지자체 중에서 올 4월 기준 벌써 절반 가까이가 인구 소멸 위기에 빠졌다. 인구 변화는 교육, 지방뿐 아니라 국방·조세·취업·노동·주거 등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

―지금까지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구의 ‘자연 감소’는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경로다. 그런데 인구 변화를 재촉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 있다. 바로 도농 간 격차와 수도권의 자원 독점이다. 소위 고용과 주거, 교육, 인프라, 산업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른바 블랙홀 현상이다. 수도권 공간 면적은 12%인데 인구의 52%가 몰려 산다. 당연히 한정된 공간이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은 적은데 52%가 그걸 다 갖고 싶어 한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같은 거다. 이 전쟁에서 결국 패배하는 건 청년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 장점 활용해 선제 대응 필요한데…새 정부 첫 100일은 ‘답답’

―올해 초 펴낸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에서 ‘앞으로 5년이 골든타임’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입법권, 행정권, 예산권, 임명권까지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나?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인구문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가 경고했던 것처럼 재앙에 가까운 파탄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선제적이고 신속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인구 정책과 방향이 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은데?

“아직 100일밖에 안 됐지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구문제는 지금 못 풀면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 인구 대응은 출산 장려의 폭을 넘어 한국 사회 구조개혁의 출발이 돼야 한다. 더 이상 ‘폭탄 돌리기’를 해선 안 된다.”

―합계출산율은 0%대로 떨어졌다. 턴어라운드 할 수 있을까?

“현재 출산율 0.81명이 갖는 의미,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미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일부 홍콩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이건 말이 안 되는 숫자다. 2020년의 인구 추계에서도 앞으로의 출산율을 1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정책도 괴리가 크다는 얘기다. 현실이 0.8인데, 냉정하게 보면 0.5 수준까지도 떨어질 것으로 본다.”

―인구정책, 무엇이 문제였는가?

“지방에 사는 청년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한다. 지방에서는 먹이(일자리)가 없어서 알을 못 낳고, 서울·수도권에서는 둥지(집)가 없어서 알을 못 낳는다고. 요즘은 ‘먹이가 없어서 서울에 왔더니 둥지가 없어서 알을 못 낳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서울 집값은 정확하게 출산율과 반비례해서 움직인다. 정리한다면 취약계층을 바라보는 시혜적 정책이 아니라 먹이와 둥지를 통해 청년 세대가 부모 세대를 추월할 수 있도록 비전과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복지를 넘어 경제 이슈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인구문제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정부 18개 부처가 갖고 있는 고유한 업무들을 보면 하나같이 인구문제로 치환된다. 그런데 관료 사회가 갖고 있는 경직성, 행정편의주의, 부처 이기주의, 부처 칸막이의 특성 때문에 어젠다를 우선 쥐는 것에 관심은 있을지 몰라도 부처를 초월한 협력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예컨대 앞으로 조세개혁을 해야 할 텐데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조세개혁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인구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기재부가 대등하게 만나서 같이 얘기를 해야 되는 거다. 원인과 결과를 같이 분석하고 찾아내야 국민 설득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다 떨어져 있는 상황 아닌가. 대통령이 모여서 같이 해보라고 해도 부처 협력이 잘 안된다. 인구 대응의 대전제는, 18개 정부 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상단의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그 구조 안에서 인구문제를 풀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필요한 능력들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시대 변화에 맞는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인구 적정론’을 앞세워 인구 감소를 호재로 보자는 견해가 있는데?

“이상적 가설이다. 첫째로, 그런 선례가 없다. 인구가 줄었는데 부가가치가 늘어난 지역이 없다. 대표적인 게 일본 사례다. 두번째는 인구가 줄어도 욕구가 줄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반환경적 속성이 더 심해질 것이다.”

결국 정치 문제…중앙 권력이 권한·예산 나눠 ‘자족 경제’ 만들어야

―지방은 이미 ‘소멸 경고장’을 받은 상태다. 되살릴 복안이 있는가?

“답은 ‘로컬리즘’에 있다고 본다. 한국의 앞날은 농촌의 오늘이다. 지방이 죽으면 나라도 죽는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뉴노멀에 맞는 새로운 ‘도농 균형론’의 기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출산 감소를 반전시키는 것은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린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지역 순환경제와 자족 경제를 만들어 도시와 농촌 간 균형적인 분업 구조가 유지된다면 적어도 사회이동 때문에 발생하는 초저출산은 막을 수 있다. 균형발전이 인구문제뿐 아니라 고용·주거 등 자원 왜곡을 해소할 우선 과제인 이유다.”

―역대 정부마다 균형발전 정책을 펼치지 않았나?

“벌써 40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도 불균형이다. 왜 그럴까? 지역균형발전을 하겠다는 것은 중앙집중화된 권력 체계가 갖고 있는 권한과 예산을 분배해줘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데, 중앙은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은 거다. 균형발전의 방향성을 분권화라는 전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방안이 있을까?

“결국 정치 문제로 귀결된다. 주요 선진국 중에 미국,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의 공통점이 뭘까? 연방국가라는 점이다. 연방국가는 기본적으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왜냐하면 정치도 산업도 지역에서 당사자성을 갖고 있으니 바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해당 지역이 잘사는 방식으로, 특화된 방식으로 하니까 다른 지역과 다른 자생적인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고, 중앙은 당연히 외교·국방 정도만 챙기면 된다. 만약 로컬리즘을 하려면 단번에는 못 내려가겠으나 적어도 지금 권력의 하방은 전제가 돼야 한다.”

―출산율이 떨어지던 서구 사회는 상당 부분 회복됐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웨덴은 2000년 1.5명까지 떨어진 출산율이 1.7명으로 회복됐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20년째 1.3명 안팎을 유지한다. 한국과 다른 점은 남녀평등과 조화의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정책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균형감을 잃은 성별 대결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상쇄할 방안으로 이민정책이 거론되는데?

“향후 20년간 생산가능인구(1955~1975년 출생자) 이탈 숫자만 무려 1700만명에 달한다. 이민정책은 노동력 부족에 대비한 유력한 대안일 수 있다. 서구 사례의 벤치마킹을 넘어 난제 돌파의 현실적 묘수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다.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갈등이 부딪친다. 서구 사회는 공통적으로 이민을 확대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독일의 최근 10년간 인구 반등은 사실 이민 경제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는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실행했던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높이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유럽은 ‘사회적 대타협’이 전제되지 않았나?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야 한다. 대타협의 가장 큰 전제는 교육 체계부터 손을 봐야 하고, 그런 것들을 공론화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희망적인 거는 우리나라 시민들의 역동성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산업화나 민주화를 달성해낸 저력 있는 사회다.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국가권력까지 바꾸지 않았나. 강력한 리더십에 거버넌스만 전제된다면 미래를 위한 구조개혁도 못 할 게 없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어젠다센터장 hongds@hani.co.kr, 녹취 민수빈 보조연구원

전영수(51) 교수는

인구통계와 세대 분석으로 글로벌 시대의 인구 트렌드를 읽어내는 경제학자이다. 주요 관심사는 저성장·고령화 시대 진입에 따른 사회 시스템 구축으로, 일본을 시작으로 국제사회의 인구 추이를 비교 분석해 국내에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전문위원, 기획재정부 협동조합 정책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한국이 소멸한다>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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