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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단독] 에디슨모터스 ‘희대의 사기’에 소액주주 피해 7천억원

등록 :2022-08-25 05:00수정 :2022-08-28 18:32

금감원, 에디슨모터스 조사 결과
처음부터 자금 조달 우려 커
상장사 인수해 자금 마련 시도
이면엔 그들만의 ‘머니게임’
에디슨모터스 시세조종 적발
현대사료에도 손길 뻗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연합뉴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연합뉴스
“쌍용차를 인수해 미국 테슬라를 넘어설 전기차를 만들겠다.”

전기버스 제조사 에디슨모터스의 강영권 대표가 지난해 초 쌍용차 인수 추진을 선언했을 때 시장의 의구심은 컸다. 지난해 4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의 정상화 자금을 제외하고 경영권 인수에만 최소 3천억원 이상이 필요했다. 그러나 에디슨 쪽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50억원 남짓(2020년 말 기준)에 불과했다.

강 대표는 ‘수완 좋은’ 사업가로 통했다. 방송사 피디(PD) 출신으로 연 매출 800억원대 전기버스 회사를 일궜다. 정부 정책 자금을 지원받고 대통령 해외 순방에도 동행했다. 정부 주요 인사들을 경남 함양의 에디슨모터스 본사로 초대할 만큼 발이 넓었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8월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I) 등 사모펀드 운용사를 지원군으로 끌어들였다. 인수 자금 조달에 청신호가 켜졌다. 법원은 두 달 뒤 에디슨모터스 연합을 쌍용차의 새 주인 후보로 낙점했다. 그러나 균열은 강 대표와 지인들이 지난해 6월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에디슨이브이’에서 불거졌다. 쌍용차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 통로로 쓰겠다며 인수했던 회사다. 금감원 조사가 겨냥한 것도 바로 이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에디슨 쪽, 상장사 인수해 ‘주가조작’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에디슨이브이에서 있었던 일은 ‘그들만의 머니게임(돈 잔치)’에 가깝다. 예를 들어 강 대표에게 에디슨이브이 인수 자금을 대준 한 인물은 직접 투자 조합을 만들어 강 대표와 별도로 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이를 포함해 강 대표 지인 등은 5개 투자 조합을 구성해 에디슨이브이 지분을 조합별로 쪼개서 매입했다. 상장사의 최대 주주가 되면 보유 지분 매도가 1년간 제한되는 등 주식을 마음대로 팔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지난해 5월 말부터 에디슨이브이 주식을 사들인 조합들은 이 회사 주가가 뛴 그해 6∼8월 보유 지분을 처분해 차익을 얻었다. 쌍용차 인수와 전기차 진출을 호재로 내세웠으나 실제론 시세 조종을 통해 주가를 띄웠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당시 에디슨모터스 연합에 참여했던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에디슨이브이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좀 불안해 보였다”며 “에디슨모터스 쪽에 뭐라고 얘기해도 못 알아듣는 건지 외면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 전했다. 두 사모펀드는 올해 초 에디슨모터스 연합에서 모두 발을 뺐다.

■규제 피한 쪼개기 투자…현대사료에도 관여 금감원은 5개 투자조합들이 실질적으로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이중 일부 인물이 코스닥 상장사 현대사료의 주가 조작에도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이아무개씨가 대표적이다. 회계사 출신인 이씨는 지난 2017년 제주도 호텔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을 하는 ‘ㅁ’ 코스닥 상장사 임원으로 재직하며 상법 위반·배임·사기적 부정 거래 등 혐의로 기소됐던 인물이다. 금감원은 이씨 등 에디슨이브이 사건 연루자들이 개입한 현대사료에서도 올해 3월 불법 시세 조종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에디슨이브이를 둘러싼 머니게임은 투자 조합들의 지분 ‘먹튀’로 끝나지 않았다. 일부 조합원들이 이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재투자했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채는 주가가 오를 땐 낮은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얻고, 회사가 어려워져도 원금 상환을 받는 ‘꽃놀이패’라는 점을 노린 포석이다. 금감원은 에디슨이브이 전환사채 등을 담은 사모펀드를 주먹구구로 운용해온 일부 중소 운용사도 위법 혐의를 적발해 함께 제재할 방침이다.

■쌍용차 먹잇감 ‘희대의 사건’…“처벌 강화해야” 금감원 조사 내용을 종합하면, 에디슨모터스 건은 자본시장의 이른바 ‘선수’들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국내 유명 자동차 회사를 불법 주가 조작 등의 먹잇감으로 삼은 희대의 사건으로 남게 됐다. 감독 당국의 ‘늑장 대처’가 피해를 키운 측면도 있다. 지난해 6월 <한겨레>의 첫 보도 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금감원 쪽에 에디슨이브이 투자조합 현황 파악을 요청했을 때 금감원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었다. 금감원이 본격 조사에 착수한 건 올해 4월부터다.

에디슨이브이는 회계 감사 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통보받고 지난 3월30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 회사 소액주주는 지난 6월 말 기준 10만4615명,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소액 주주들의 주식 투자 금액은 최대 7700억원에 이른다. 일반 투자자들이 물린 돈이 7천억원을 넘는다는 이야기다.

강영권 대표는 지난 6월 에디슨이브이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현재 에디슨모터스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다만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에디슨이브이 거래 재개 등 정상화에 쓸지 미지수다. 강 대표가 에디슨이브이의 시세 조종, 투자조합 먹튀 등에 관여했는지는 금감원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의 수사 및 기소, 재판 등을 통해 향후 밝혀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선 제도와 처벌, 책임 강화 등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진정성과 자금 조달 계획의 현실성 등을 확인하지 않고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법원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며 “금융 규제 강화만으로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지금처럼 시장 질서 교란이나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을 저질렀을 때 받는 불이익보다 이득이 큰 상황에선 사기를 안 치는 사람이 바보”라며 “미국이나 영국처럼 우리나라도 시장 불법 행위엔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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