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 기피 풍조가 지속되면서 아이 울음소리 듣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7월25일 서울 시청 앞 광장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결혼과 출산 기피 풍조가 지속되면서 아이 울음소리 듣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7월25일 서울 시청 앞 광장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17년 1.05
2018년 0.98
2019년 0.92
2020년 0.84
2021년 0.81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출산율) 추이다. 지난해 출산율은 0.81을 기록했다. 0을 향해 달려가는 이 숫자 행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출산율은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으로,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2.1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이의 평균은커녕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출산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30년 뒤 출생 인구는 절반으로 감소한다. 출산율이 2.1 아래로 내려가면 저출산, 1.3 이하로 3년 이상 지속되면 초저출산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초저출산 현상이 시작돼 20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말 그대로 ‘초저출산의 덫’에 걸린 꼴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출산율 하락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고 초저출산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지난해 총인구가 정부 수립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인구 자연감소는 2020년부터 시작됐지만 총인구가 감소하는 시기는 2029년으로 예상됐었다. 2016년 추계 때는 2032년이었는데 10년이나 앞당겨졌다. 학계에선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하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2030년에 ‘인구절벽’을 넘어 ‘인구재앙’을 체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부족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는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의 전망이 허황되게만 들리지 않는다. 인구학자이자 <정해진 미래> <인구 미래 공존>의 저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염병 창궐이나 전쟁, 체제 붕괴를 겪지 않는 한 0점대의 합계출산율은 인구학에서 거의 불가능한 숫자로 여겨졌다”며 “어느 정도까지는 인구가 경제나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면 대응이 어렵고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에 악영향을 준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그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인구절벽의 서막

1960년 전후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평균 5~6명에 이르렀다. 한국전쟁 이후 집집마다 그렇게 아이를 낳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우리에게 익숙한 ‘58년 개띠’는 100만명 넘게 태어났다.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연도별 출생아 수를 10년 단위로 끊어서 살펴봤다. 1970년생까지는 100만명이 태어났고, 1980년생은 86만명, 1990년생은 65만명으로 떨어졌다. 새천년이 시작되던 첫해 태어나 ‘밀레니엄 베이비’로 불렸던 즈문둥이 2000년생은 60만명대(64만명)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0년생이 40만명대(47만명)로 줄어들더니 2020년생은 20만명대(27만명)로 뚝 떨어졌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치고 1970~2020년의 추이(*그래픽 참조)를 그려보면 다음 세대의 추세를 예측해 볼 수 있다. 결혼적령기 인구 감소와 만혼 경향 등을 고려할 때 다음 세대도 이전 세대의 추세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20년 동안 정부는 출산율 제고 정책에 200조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만든 관련 제도가 2천개쯤 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정책을 쏟아냈는지 모를 정도다. 그토록 많은 예산을 들이고도 출산율이 곤두박질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인구 감소는 여러가지 경제·사회·문화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해법 역시 단순하지 않다”며 “출산율 저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출산의 주체가 돼야 할 청년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불안을 더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96년까지만 해도 43만건이던 결혼 건수는 2016년 28만건으로 급격히 줄었고, 지난해 19만건으로 떨어지면서 처음으로 20만대가 붕괴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모든 연령대에서 자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2년 전에 견줘 감소했으며, 특히 10대는 60.6%, 20대는 52.5%가 결혼 후 자녀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응답했다.

한 세대를 가르는 인구구성의 변화는 30년 전에 이미 예고된 것이란 점에서 0점대의 출산율은 1980년대 인구정책의 패착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적극적 산아제한 정책으로 1983년 출산율은 2.1명 이하로 떨어졌는데,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긴 정부는 더 강력한 정책을 폈고 2005년 출산율은 1.08명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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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까지 펼쳐졌던 산아제한 정책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1960년대 산아제한 정책의 대표 슬로건이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당시 합계출산율 6명은 후진국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했다. 가장 1명의 소득에 비해 부양하는 가족 수가 많았고 행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까 정부는 강력한 가족계획 정책을 폈다. 출산과 가족구성원의 수를 억제했던 인구정책은 70년대를 거쳐 80년대까지도 펼쳐졌다.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 “둘도 많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1980년대). 주요 매체에 이런 유형의 표어가 수시로 등장했고, 길거리마다 산아제한 홍보 포스터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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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산아제한의 이론적 근거로 작용했던 건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그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인구 과잉에 따른 빈곤의 위기를 경고했다. 맬서스의 위기론에 경제학자들은 물론이고 정책당국자들도 다가올 인구 변화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인구억제 정책은 2000년대 들어서야 전환점을 맞는다. 2005년 출산율이 1%로 뚝 떨어지고 나서다. 정부는 이듬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가 차원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 대응해 나가겠다는 취지였지만 뒷북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좁은 국토에 인구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이들도 있겠지만, 저출산 문제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노동공급 감소로 이어지면서 수요를 줄이고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현재 정책과 제도는 대부분 인구 성장기에 구축된 만큼 사회경제 시스템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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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은 인구 고령화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조만간 인구 천만명이 노인인구로 편입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지금의 인구추계로는 오는 2040년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노인 인구가 60명이 되고 그다음 2065년이 되면 1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게 되면 노인들을 먹여 살릴 재정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65살 이상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젊은 세대는 계속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면 우리 사회의 부담이 가중될 것은 뻔하다. 통계청이 유엔 인구전망과 우리나라 장래인구추계를 비교분석한 결과 50년 뒤 우리나라의 노인 부양 부담은 세계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의 김민창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 추이 및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8년을 정점으로 생산연령인구(15~64살)가 감소하고 있으며, 앞으로 감소세가 가속화해 총부양비 역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미래의 노동력 공급력 감소로 이어지고 잠재성장률 저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합리적 선택

출산은 엄연히 개인의 선택이고 권리다.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지 말라고 했던 과거의 가족계획 정책이나 출산을 권장하는 요즘의 정책이나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생애 전반에 걸친 인구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창순 회장은 “출산·육아기뿐만 아니라 노년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생애 주기별로 촘촘하게 짜인 인구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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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에 빠지기보다 인구가 이미 그려 놓은 밑그림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 문제는 미래와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가 언제,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게 될지 예측하고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비부머들이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시점인 2030년까지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며 “2030년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기존 사회복지 중심에서 사회경제적 구조개혁 차원으로 전환하고 저출산 대응을 넘어 적응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견해도 잇따른다. 서형수 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 한국 사회의 시스템은 매년 인구가 50만명씩 늘던 시기에 맞춰 짜여진 것으로, 40만명씩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며 “앞으로 10년간 다가올 인구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갈 것”을 제안했다. 그는 “시스템 전환의 핵심은 결국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라며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지나친 격차와 경쟁, 집중을 해소해 더 나은 삶의 환경을 만들어야 저출생·고령사회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어젠다센터장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