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5천달러를 넘어섰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경기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한국은행은 수년 내 4만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3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5168달러로 2020년(3만1881달러)보다 10.3%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4024만7천원으로, 전년(3762만1천원) 대비 7.0% 늘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연간 명목 국민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으로, 통상 국민의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간주된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1994년 1만달러, 2006년 2만달러, 2017년 3만달러를 각각 돌파하는 등 꾸준히 늘어왔다. 2019~2020년은 경기 악화와 코로나19 발생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 증가는 경제 회복과 환율이 뒷받침했다.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상성장률)은 6.4%로 2010년(9.7%)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 변동분을 제거한 연간 실질 지디피 증가율(실질성장률)도 4.0%로 2010년(6.8%) 이후 최고치였다. 수출 호조와 정부 재정 확대, 경제 주체들의 코로나19 적응 등의 요인에 힘입은 결과다. 물론 코로나 첫해인 2020년 경기가 크게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도 달러 표시 국민총소득을 키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3.0% 하락했다.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원화 기준 증가율을 크게 웃돈 까닭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국제 비교를 위해 통상적으로 달러로 표기한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수년 내 4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환율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하면서 꾸준히 성장한다면 수년 내 1인당 국민총소득 4만달러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인당 국민총소득과 실제 국민 체감 소득은 다를 수 있다. 국민총소득은 가계, 기업, 정부가 한 해 벌어들인 소득을 모두 합하기 때문이다. 경제 주체 내 분배 상황에 따라 가계 소득 증가율이 국민총소득 성장세에 못 미치거나 웃돌 수 있다는 얘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4년 중 2년이 전대미문의 전 세계적 코로나19 위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