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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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아무개(45)씨는 최근 페이스북을 이용하다가 ‘섬뜩한’ 경험을 했다. 25년차 흡연자인 김씨는 지난 연말부터 금연에 도전하고 있는데, 그 후로 페이스북에 접속하기만 하면 금연 보조제 광고가 떴다. 김씨는 “최근 여러 사이트에서 금연클리닉을 검색한 기록 때문에 뜬 것 같다”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페이스북이 나를 추적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만한 경험담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1일 밝힌 온라인 사업자 표준약관 개정 방침의 배경에는 온라인 시장에서 독과점이 심화될수록 이 같은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제인 만큼, 공정위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개인정보=돈’인 시대…‘후려치기’ 우려도 커져

공정위의 방침은 개인정보 자체가 ‘돈’이 된 시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빅테크 기업들의 주된 수익원도 개인정보다. 소비자들에게서 수집한 개인정보로 광고 사업 등을 하며 수익을 내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기업의 매출에서 디지털 광고 사업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알파벳(구글)의 경우 80% 수준이며, 페이스북은 100%에 가깝다.

흔히들 ‘공짜’라고 인식하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가 실질적으로는 무료가 아닌 셈이다. 소비자들이 이런 기업에 돈을 내지는 않지만, 대신 금전적 가치를 지니는 개인정보를 서비스 이용의 대가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이런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 예로 구글은 구글 드라이브 약관에서 “구글의 상품을 모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광고 사업 덕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서비스의 가격=개인정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면 가격을 올리듯 개인정보도 더 많이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처럼 소비자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인정보가 수집되면, 기업들이 감시망 바깥에서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할 여지도 있다. 쉽게 말해 개인정보의 가치를 ‘후려치기’하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소한 소비자가 제대로 인지한 상태에서 동의를 한 뒤 행태정보가 수집될 수 있게 하자는 게 기본적인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유럽 “동의 있어도 수집할 수 없게 해야”

해외에서는 더 강도 높은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다이이트와 관련된 영상을 시청한 10대 여성에게 다이어트 약 광고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등 사회적 문제가 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럽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광고가 제한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유럽의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디지털시장법안(DMA)을 보면,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미성년자의 행태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없다. 소비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광고 목적의 행태정보 활용이 모두 금지되는 것이다.

광고

일각에서는 행태정보 수집을 제한하면 무료 서비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맞춤형 광고 사업을 하기 위해 행태정보가 꼭 필요하지는 않은 만큼 이런 우려는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맞춤형 광고에는 행태정보를 활용한 광고 외에도 맥락형 광고 등 여러 유형이 존재한다. 맥락형 광고는 소비자가 접속한 웹사이트 콘텐츠와 관련이 있는 상품의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소비자의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 관심사에 맞춘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가 제공받는 서비스에 견줘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지불’하고 있지 않은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유럽의회 의뢰로 진행된 맞춤형 광고 규제 연구 결과를 보면, 연구진은 “(광고 등에 활용되는) 데이터는 소비자가 공정한 대가를 받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하는 일종의 ‘지식 재산권’으로 봐야 한다”며 “중개자 역할을 하며 소비자에게 유리한 거래를 이끌어내는 기관의 도입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