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기술’ 위한 국제적 노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년 5월 파리 엘리제궁에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아이비엠(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등 세계적 정보기술기업 대표 수십명을 불러모아 ‘좋은 기술 정상회의(TechforGood Summit)’를 열었다.  좋은 기술 정상회의 제공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년 5월 파리 엘리제궁에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아이비엠(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등 세계적 정보기술기업 대표 수십명을 불러모아 ‘좋은 기술 정상회의(TechforGood Summit)’를 열었다. 좋은 기술 정상회의 제공

과학기술에 대한 의존과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편리하고 강력한 기술의 부작용과 그늘도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인터넷과 디지털 기업 등 ‘빅테크’ 기업들과 서비스로 인해 생겨난 문제와 부작용에 대해 입법과 규제 강화에 나서는 배경이다. 규제를 통한 기술 통제와 별개로, ‘사람에게 이로운 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접근법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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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기술’ 개발 서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년 5월 파리 엘리제궁에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아이비엠(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등 세계적 정보기술기업 대표 수십명을 불러모아 ‘좋은 기술 정상회의(TechforGood Summit)’를 열었다. 행사에선 유수의 글로벌 기업 대표들이 서명한 ‘좋은 기술을 위한 요청(Tech for Good Call)’ 서약이 발표됐다.

서약은 “적절한 안전장치가 없으면 기술은 근본적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취약하게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며 “사회는 윤리, 투명성, 개방적 대화, 집단지성을 중시하는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미래 발전과 기술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약서에는 구체적 실천지침도 들어 있다. “아동 성학대물, 테러범 또는 극단적 폭력물의 업로드와 확산을 방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협력한다. 증오발언, 허위정보, 여론조작에 대해선 인권과 근본적 자유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책임있게 대응한다. 사업하는 국가에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 책임을 진다. 장애인과 소외계층에게 서비스 접근성을 향상시키며 모든 곳에서 디지털 기술 격차를 줄일 것을 보장한다”는 등의 조항이 포함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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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구속력 없는 서약이지만 진전으로 이어졌다. 2019년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무슬림들을 상대로 극우 백인민족주의자가 저지른 총기 테러로 51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한 뒤 온라인에서 테러 등 증오범죄를 선전하는 콘텐츠를 제어하자는 국제적 운동인 ‘크라이스트처치 콜’로 이어졌다. 돈을 버는 국가에 정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은 2021년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합의로 결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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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다이슨 어워드2021에서는 적외선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유형별로 분류해 재활용 여부를 가려주는 ‘휴대용 플라스틱 스캐너’가 수상했다. 다이슨코리아 제공.
제임스다이슨 어워드2021에서는 적외선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유형별로 분류해 재활용 여부를 가려주는 ‘휴대용 플라스틱 스캐너’가 수상했다. 다이슨코리아 제공.

■ ‘사람위한 기술’ 시상

‘좋은 기술’을 선정해 격려하고 포상하는 노력도 다양하다. 영국의 기술기업 다이슨은 매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엔지니어링 대회인 ‘제임스다이슨 어워드’를 개최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시상한다. 올해 우승작 3개는 지난 17일 발표됐다. 통증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집에서 안압 테스트를 할 수 있어 녹내장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가정용 안압 진단기기 ‘홉스’, 특정 적외선을 통해 모든 플라스틱의 75% 이상을 유형별로 분류해 재활용 여부를 가려주는 ‘휴대용 플라스틱 스캐너’, 거즈나 붕대보다 효과적인 지혈이 가능한 실리콘 풍선 형태의 출혈방지도구 ‘리액트’가 선정됐다.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는 ‘글로벌 임팩트 어워드’를 통해 사회, 인도주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아이디어에 자사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자와 기관를 시상한다. 질병연구, 의약품 개발, 자연재해 대응, 사이버 보안 등에 반도체를 활용하는 영역에 초점을 맞춘다. 구글은 사회공헌 위한 조직 구글닷오알지(google.org)를 통해 ‘구글 임팩트 챌린지’를 진행해오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과 혁신적 시도에 나서는 비영리단체를 선정해 시상하는데, 올해 주제는 여성이 경제적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활동이었다. 세계 8천여 기관이 참여해 34곳이 선정됐는데 국내에선 사단법인 ‘더브릿지’가 뽑혔다. 탈북민을 비롯해 국내외 취약계층을 지원하며 창업 교육과 컨설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금 지원 등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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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어빌리티넷이 주도하는 ‘테크포굿 어워드(Tech4Good Award)’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인도적 기술을 포상한다. 올해 수상작의 하나인 ‘나빌렌즈(NaviLens)’는 시각장애인들의 쇼핑과 이동을 돕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을 활용해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을 확대했다. 식품회사 켈로그는 자사의 모든 시리얼 제품에 나빌렌즈 코드를 추가하며 호응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이야기책을 읽고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프리카 스토리북 제작도구’와 흑인 인재들이 글로벌 기업에 채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도 수상했다.

국내엔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진행하는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가 있다.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8인의 정보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편리성, 안전성, 창의성, 가치창출성, 정보공유성, 공익성을 평가지표로, ‘사람친화적’ 기술과 서비스를 선정해 시상한다. 6회째인 올해엔 방문정보 입력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든 케이티(KT)의 ‘080 콜 체크인’이 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 요긴한 ‘적정기술’로 꼽혀 대상으로 선정됐다.

나빌렌즈는 뉴욕 등 주요 도시 대중교통 시설에 설치돼 장애인 이동을 지원하는 ‘보편적 디자인’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빌렌즈 제공.
나빌렌즈는 뉴욕 등 주요 도시 대중교통 시설에 설치돼 장애인 이동을 지원하는 ‘보편적 디자인’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빌렌즈 제공.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