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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5차 재난지원금 ‘하위 80% 선별’…자신 있습니까?

등록 :2021-07-01 04:59수정 :2021-07-01 10:44

정부도 한계 인정한 ‘건보료’
형평성 논란 재현될 수밖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담긴 ‘코로나 상생 국민 지원금’은 소득 하위 80%에 지급될 예정인데, 당·정이 하위 80%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건강보험료(건보료)를 꺼내 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에 숱한 한계를 지닌 건보료가 선별 기준으로 채택되면,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벌어졌던 ‘형평성 논란’이 재현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재난지원금 선정 기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소득 하위 70% 지급’과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며 갈등하다, 결국 전국민 지급으로 결정 내린 바 있다. 당시 전국민 지급을 주장했던 여당의 가장 중요한 명분은 “건보료로는 하위 70%를 정확하게 선별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4월 정치권이 ‘전국민 지급’을 결정지은 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마저 “현 시스템으로는 건보료로 현시점 소득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건보료를 기준으로 한다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정작 긴급재난지원금이 가장 절실한 국민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건보료는 한계가 뚜렷한 선별 기준이다. 1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 직장가입자의 경우 건보료에 최근 소득이 반영되지만, 10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의 직장가입자나 지역가입자의 경우 지난해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책정되어 있다. 아울러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건보료가 소득뿐 아니라 집·자동차 등 자산까지 포함해 산출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최근 들어 소득 상황이 나빠진 소상공인이 ‘건보료 산정 시점’ 혹은 ‘자가 주택 등 자산’ 탓에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소득 이외 임대·이자·배당소득 등이 있어도 34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건보료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형평성 문제를 배가하고 있다. 소득과 재산 모두 같은 조건이어도 ‘피부양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건보료는 다르게 책정된다.

정부는 이런 형평성 논란 탓에 지난해 ‘하위 70% 재난지원금’을 제시할 때는 ‘이의제기 절차’를 두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보다 소득이 줄었음에도 건보료를 많이 내고 있던 지역가입자가 있다면 별도의 절차로 소득을 보정해 건보료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애당초 건보료 기준을 ‘신속성’ 때문에 선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순적인 대책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게다가 건보료가 과소 산정되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이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건보료의 부당함을 정부도 모르지 않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20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건보료 등 기존의 사회보장사업 대상자 선정기준에 개선이 필요하다며 소득재산조사 방안 개편을 결정했다. 이날 회의 자료를 보면 ‘건보료 방식의 한계’를 꼽으며 “정확한 소득파악이 곤란하고, 부과체계개편으로 일부 지역가입자의 소득추정이 불가해 소득재산조사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적혀있다. 직장가입자의 재산이 반영되지 않는 데다 지역가입자 소득추정이 어려워 과소 또는 과다 추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건보료 기준을 폐기하고 있다. 문제는 논란 끝에 1차 재난지원금이 전국민에 지급된 뒤로 1년2개월이나 흘렀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이 당·정이 건보료를 재난지원금 선별 기준으로 다시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정교하지 않은 기준이 제시되면 “하위 80%만 주면 80.1%는 억울하니까 전국민에 다 줘야 한다”는 식의 단편적 논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그동안 간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건보료 기준을 써왔지만, 정부 스스로 건보료 기준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이를 다시 들고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업 대상 선별에 대한 국민 수용성만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미 금융자산을 제외하면 나머지 소득·재산 조회는 큰 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한 상황이다. 시간이 조금 더 들더라도 소득·재산 조회를 통해 하위 80%를 선정하거나, 아예 보편지원 후 소득에 따라 선별 환수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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