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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농촌기본소득, 균형발전과 순환경제의 마중물 될 수 있을까

등록 :2021-06-22 09:38수정 :2021-06-22 10:09

경기도 하반기 시범사업 실시

도내 면 단위 농촌지역 선정
1인당 15만원, 5년 동안 지급

지역단위 정책 효과 우선 검증
국토균형발전 마중물 될지 확인

경기도가 올해 하반기에 시행을 계획하고 있는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전국민이 아닌 지역 단위에서 기본소득의 효과를 미리 검증한다는 취지 뿐 아니라, 농촌 주민들에게 지역화폐로 소득을 지원하는 정책이 국토균형발전과 지역순환경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목적도 갖고 있다. 기본소득의 시범사업으로서의 의미 뿐 아니라, 지역과 농업 분야의 전환적인 정책이란 의미도 있는 셈이다.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경기도 내 면 단위 농촌 지역 한 곳에서 진행될 계획이다. 경기도의 면 단위 농촌지역의 인구는 최대 4167명으로, 이 시범사업의 대상도 4000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실거주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원을 지역화폐로 5년 동안 지급하는 안을 준비 중이다. 소요 예산은 최대 396억원이고, 도와 시·군이 7대 3으로 분담한다. 경기도는 이렇게 준비한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안으로 복지부와의 사회복지협의와 경기도의회의 심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특정한 사업을 확대하기 전에 비교적 작은 지역 단위에서 정책을 검증해보는 의미가 있다. 검증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책 효과의 측정이다. 농촌기본소득의 효과 측정을 위한 설문 설계 연구를 수행한 정해인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 활동을 나눠 설문 문항들을 구성했다. 2017년부터 2년 간 장기 실업자에게 현금을 지급한 핀란드의 시도처럼 과거 여러 나라에서 시도된 기본소득 실험에선 ‘노동 시간'이 효과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였다. 이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일을 안 하지 않을까란 대중적인 우려를 검증하려는 시도였다. 정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한 지역 내에 모든 주민에게 지급된다는 점을 감안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지표들을 다수 제시했다. 농촌에 지속 거주할 의향을 묻기도 하고, ‘포용성 지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소수자를 이웃으로 맞이할 의향이 있는가란 질문도 포함됐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인 서정희 군산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경제적 효과에 집중한 기존의 실험들을 성찰하는 한편, 기본적인 안정성 확보가 삶의 다차원적 영역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서 교수는 인도 마을의 기본소득 실험과 미국 체로키 인디언 마을의 카지노 수익 배당을 참고 사례로 제시했다. 인도에선 여성들이 히잡을 벗고 공동 작업에 나서기 시작했고, 체로키 인디언 마을에선 가족 간 친밀성이 높아지고 아이들의 건강과 자신감, 학업성취도 등이 상향됐다. 이런 변화들을 포착하는 설문 설계가 필요하단 주장이 나온 것이다.

지역화폐로 농촌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시도가 농촌 지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연계되는 ‘지역순환경제'의 구축을 유도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소득, 조달력, 사람이 농촌 밖으로 빠져나가는 전세계 각지 농촌들의 고민이 그 동력들을 지역 내에서 돌게 하는 것에 맞춰져 있고, 지역으로 소비를 제한하는 지역화폐와 농촌기본소득의 결합은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는 적합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지역과 농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측정하려면 기존의 지표와 달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금액의 지출이라면 인구밀도가 높고,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의 효과가 더 큰 편이지만, 이 기준만으로 정책이 결정된다면 도시와 농촌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서재교 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장은 영국 신경제재단(NEF: New Economics Foundation)과 영국 지방청(The Countryside Agency)이 개발한 지역승수 지표인 LM3(Local Multiplier 3)를 소개하며 농촌기본소득이 지역 내 경제에 미친 영향을 이 지표를 통해 계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책의 목적이 다르다면 정책을 평가하는 지표도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제안이다.

농업 정책의 관점에서 농촌기본소득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정부가 1980년대 말부터 농산물 수입개방을 전제로 농가의 규모화·전문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농정을 펼쳤지만, 그 결과는 도농간 격차 뿐 아니라 농촌 내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가의 소득을 지원하는 ‘직불금' 제도가 보편적 현금지원이 아닌 ‘상위 계층'에 집중된 선별지원으로 귀결됐다는 게 핵심적인 문제 제기다. 송 부소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생태적 농업으로의 전환과 도시민의 농촌 이주의 계기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농촌기본소득은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정책은 꼼꼼한 연구와 세심한 검토 끝에 추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히 논의되고 공감대를 얻은 만큼 실행되고 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기본소득 논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윤형중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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