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습기는 ‘없어서 못 팔았다.’ 업계 추정으로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2009년 4만대에서 2013년 130만대 규모로 커졌다. 지난해 장마철에는 제습기 품절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업계는 올해도 제습기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두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장마철 품절 사태’를 겪고 난 뒤 올해는 업계도 소비자도 한발 빠르게 제습기 판매·구매에 나섰다. 위닉스·엘지(LG)전자·삼성전자 등은 3월에 제습기 새 제품을 내놨고 4월에는 캐리어에어컨·쿠쿠전자 등이 가세했다.
소비자들도 지난해보다 더 이른 시기에 제습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마트의 4월(1~29일) 제습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93.3% 신장됐다. 같은 기간 오픈마켓 11번가의 제습기 매출도 지난해 대비 350% 늘었다. 김민건 11번가 가전담당 엠디(MD)는 “지난해 홈쇼핑 및 언론에 노출되면서 소비자들이 제습기를 기본적인 생활가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새 제품들은 대부분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으로 절전 효율을 내세웠고, 제습기 토출구에서 나오는 더운 바람과 소음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은 곳도 많다. 엘지전자는 올해 자사 인버터 컴프레서를 장착한 ‘휘센 인버터 제습기’가 제습 효율을 높여 더운 바람 문제와 소음 문제를 함께 개선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위닉스 등도 이 기술을 도입한 제습기를 선보이고 있다. 엘지전자는 “실내 습도에 따라 제습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인버터 기술을 통해 제습 속도를 20% 향상시켰다. 평균 소음도 4㏈ 줄였고, 토출구 바람 온도도 지난 제품에 비해서 10도가량 낮췄다”고 설명했다. 위니아만도도 새 제품 ‘뽀송뽀송 위니아 제습기’는 고효율 컴프레서를 통해 소음을 줄이고 토출구 공기 온도를 낮췄다고 밝혔다. 위닉스는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소음 억제 기술을 통해 새 제품 ‘위닉스 뽀송’의 소음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또 위닉스는 새 제품에 6ℓ들이 대용량 물통을 탑재해 소비자가 물통을 자주 비우는 불편을 줄였다고 밝혔다.
업체들이 새 제품에서 ‘더운 바람’ 개선책을 내놨다고 해서 제습기에서 에어컨처럼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엘지전자는 “제습기에는 냉난방 기능이 없고, 운전 중일 때는 실내온도가 올라간다. 사용조건에 따라 실내온도가 (섭씨) 2~3도 정도 올라갈 수 있다”고 소비자에게 안내하고 있다. 업체들은 무더위 때는 제습기를 선풍기와 함께 사용하라고 권장한다. 지난해 제습기 시장 점유율 1위 위닉스 관계자는 “제습기 토출구에서 ‘더운 바람’이 나온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여름에 이미 더운 공기가 제습기 안으로 들어가서 제습 과정에서 (섭씨) 1~2도 정도 더 높은 공기가 배출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습기의 대부분은 에어컨과 유사한 ‘컴프레서’(압축기) 기술을 통해 공기 중 습기를 제거한다. 냉매를 통해 여름철 차가운 컵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원리로 공기 중 수증기를 내부에서 액체화시켜 덜어낸다. 에어컨은 이렇게 차가워진 공기를 바로 밖으로 내보내고 실외기를 통해 더운 공기를 빼내지만, 제습기는 실외기와 에어컨 본체가 한 몸에 있는 셈이라 실내 온도보다 높은 온도의 공기가 배출된다. 제습 기능과 데워진 공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제습기를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 가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내세우는 업체들도 있다. 코웨이는 주력 제품으로 7ℓ 제습 능력을 갖춘 제습공기청정기를 내세운다. 4단계 항바이러스 필터로 폐렴균·곰팡이 제거에도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공기청정 기능만 단독 사용이 가능해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4월 새 제품 ‘하이브리드 365’를 내놓은 쿠쿠전자도 미세먼지·유해물질 제거 및 항바이러스 기능 등을 갖춘 공기청정 필터를 앞세운다. 공기청정 기능만 단독 사용이 가능하고, 12~16ℓ의 제습 기능을 갖췄다. 소음도 35㏈ 이하로 줄였다. 코웨이와 쿠쿠전자의 경우 렌털 방식으로도 제품을 판매해 전문가를 통한 관리가 가능하다.
제습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수입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11번가는 일본 제품인 ‘칸쿄 제습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제습기는 습기를 빨아들이는 화학 물질을 이용한 콘덴스 방식을 채택해 컴프레서 방식보다 본체가 가볍고 저온에서도 제습 효율이 높아 사계절 내내 건조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제습기 관리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공기 흡입구 먼지는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빨아들일 수 있고, 본체는 마른 수건 등 물에 젖지 않은 천으로 닦는다. 세제 사용 땐 외관에 얼룩이 생길 수 있다. 물통은 주 1회 정도는 흐르는 물로 청소해 주어야 물때가 끼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물통도 세제 세척은 권장하지 않는다. 또 수세미 등 도구를 사용해 물통을 세척할 경우에는 흠집이 날 수 있다. 제습 공기청정기의 경우는 대부분 공기청정 필터도 분리해 물로 세척한 뒤 건조해 사용할 수 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