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충전기를 꽂은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충전기를 꽂은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는 대부분 스포츠실용차(SUV)다. 배터리값 하락이 더딘 터라 전기차 가격이 비싼 수준에 머물다 보니,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에스유브이 위주로 전기차를 출시한다. 소비자들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쏘나타·그랜저 등 세단 전기차를 언제 출시할지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르면 2025년, 현대차가 세단 전기차를 내놓지 않아도 쏘나타·그랜저 전기차를 타볼 수 있게 된다. 엔진을 떼어낸 자리에 모터·배터리를 장착한 개조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다.

전기차 개조 시장이 활성화되면 새 전기차를 구매하기에 부담스러운 소비자는 싼 가격에 유지비가 저렴한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고, 기존 내연기관차량이 친환경차량으로 변신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0년 ‘자동차튜닝에 관한 규정’에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나름 미래를 내다보고 규정을 만든 셈이지만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전이어서 구체적인 안전 기준을 만들어두지 않았고 개조전기차는 그간 도로를 달릴 수 없었다. 전기차 개조업체 라라클래식모터스의 김주용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내연기관차 4대를 전기차로 개조했는데 관련 규정이 미비해 일반 도로에서 테스트할 수 없었다”며 “한국자동차연구원 시험도로에서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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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클래식모터스가 제작한 개조전기차의 모습. 라라클래식모터스 제공.
라라클래식모터스가 제작한 개조전기차의 모습. 라라클래식모터스 제공.

정부는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열어 전라남도를 ‘개조전기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개조전기차 상용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특구 예정지는 전남 영암군 삼호읍, 영암·목포·해남 도로 등 총 14.1㎢다. 알비티모터스 등 10개사가 사업자로 참여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받는다.

구체적으로는 무게가 증가한 개조전기차의 안전 여부를 실증한 뒤 안전 기준을 마련한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면 중량이 약 150∼450㎏ 늘어난다. 모터·배터리가 무거운데다가 이를 버티려면 차체 강도도 보강해야 한다. 2024년까지 특구 지역 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2026년까지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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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모든 차종을 개조할 수 있는 안전 기준이 마련되는 건 아니다. 전라남도가 작성한 규제자유특구 계획안을 보면, 엑센트·아반떼·케이(K)3·쏘나타·케이(K)5·그랜저·케이(K)7·포터·봉고 등 총 9개 차종이 대상이다. 차종마다 2014년, 2017년, 2020년 출시된 차량을 구매해 실증한다. 노후 정도에 따른 안전성을 검증해보기 위해서다. 모두 27개 차량을 전기개조차로 설계·제작해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전기차 개조 실증 대상 차종들. 자료 전남 개조전기차 규제자유특구 계획안
전기차 개조 실증 대상 차종들. 자료 전남 개조전기차 규제자유특구 계획안

예를 들어 2017년 출시된 쏘나타를 전기차로 개조한 다음 안전 기준을 마련하면, 이후 해당 기준에 맞춰 전기차로 개조된 2017년식 쏘나타는 자유롭게 도로를 다닐 수 있다. 새 차량이 출시될 때 안전성 평가를 마친 뒤에 양산되는 차량은 회사 자체 검사만 거친 뒤 바로 출고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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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개조 시장이 활성화되면 탄소 감축에 적잖은 기여를 하게 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2030년까지 총 61만톤(t)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탄소 감축에 따른 이득을 경제적 지표로 평가한 탄소경제성 분석 결과, 5581억원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봤다. 매년 10년 이상 된 5만6천대의 노후 경유 차량이 전기차로 개조될 경우를 전제로 계산했다.

만약 안전 규정이 빠르게 개정될 경우 이르면 2025년부터 일반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해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 개조에 걸리는 시간은 특정 차량의 개조 경험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업체에 따르면 개조 경험이 없는 차량은 테스트 등에 시간이 걸려 약 1개월이 필요하다. 반면, 개조 경험이 있는 차량은 4시간이면 바로 개조가 가능하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의 모습. 연합뉴스

개조비용은 다소 비싸지만 보조금이 지급되면 소비자가 감당할 수준으로 내려간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평균 개조비용은 1850만원으로 추정되는데,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500만원 이내로 개조 가능할 전망이다. 보조금 지급 시 승용차 개조비용은 약 400만원, 개조승용차를 구매하는 비용은 약 1100만원으로 추정된다. 주행거리·연비·연료 가격을 따져봤을 때 3년 안에 개조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아직 보조금 지급 여부는 불확실하다. 환경부 담당자는 “추후 보조금 지급 근거에 부합하는지와 보조금을 지급한 만큼 환경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이미 전기차 개조가 활발하다. 유럽에서는 전문 개조 회사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내연기관차를 전기·하이브리드차로 개조하고 있고, 미국은 자동차 제작사와 전문 업체가 함께 전기차 개조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 혼다 등이 전기차 개조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도 개조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정재웅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개조는 이미 외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존 노후 내연차를 친환경차로 바꿔 탄소 중립에 기여하고 소비자도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