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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동차

자동차 경주에 운전자가 사라졌다

등록 :2022-01-09 16:16수정 :2022-01-10 02:33

CES서 열린 자율주행차 경주대회
한국 카이스트팀 미국 누르고 4위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모터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자율주행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각 팀이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모터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자율주행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각 팀이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출국길 인천공항에서 심현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미국 시이에스(CES)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통상 외국 출장길 짐가방엔 옷가지가 들어있기 마련이다. 심 교수의 가방은 달랐다. 가방 안엔 옷 대신 철판과 각종 공구들이 가득했다. “미국에 먼저 가 있는 학생들이 차가 고속으로 달릴 때 진동이 심해져 컴퓨터 전원이 꺼질 우려가 있대요. 현지에선 부품을 구하기 어려우니 제가 한국에서 가져가는 거죠.”

심 교수의 카이스트팀은 시이에스 마지막 날 열리는 ‘자율주행 자동차 경주 대회’에 참여한다.

한국 카이스트팀의 자율주행 자동차
한국 카이스트팀의 자율주행 자동차
나흘 뒤인 7일(현지시각) 심교수를 다시 만났다. 시이에스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모터스피드웨이에서다.

오전부터 경주장 한쪽에 늘어선 9개 천막 아래서 세계 각국의 학생들 80여명이 시합 전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 총 9개 팀 중 카이스트팀을 비롯해 예선을 통과한 5개 팀이 이날 맞대결을 펼친다.

각 천막 앞엔 길이 4m, 폭 2m인 경주용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크기가 경차보다 약간 크고 무게가 600kg에 불과해 혼다 시빅에 들어가는 배기량 2천cc 트윈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성능 차다.

한국 카이스트팀 소속 외국인 학생이 자율주행차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 카이스트팀 소속 외국인 학생이 자율주행차를 점검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운전석(콕핏)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점이다. 운전석이 있던 곳엔 컴퓨터와 카메라·레이다·라이다 등 각종 센서 11개, 위성항법시스템(GPS) 2개가 들어갔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완전 자율주행차’인 셈이다. 각 팀이 성능 점검을 위해 시동을 걸자 귀에 익숙한 내연기관 배기음이 경기장에 퍼졌다.

한국 카이스트팀은 이날 낮 미국 오번대 팀과 1차전을 치렀다. 자율주행 경주는 1대1 맞대결이다. 길이 2.5km가량인 타원형 경주장의 앞에서 달리는 자동차가 ‘수비수’, 뒤따르는 차가 ‘공격수’를 맡는다. 경주장 안쪽을 정속 주행하는 수비수를 공격수가 앞질러 그 앞에 서면 점수를 따는 방식이다.

승패를 가르는 관건은 각 팀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성능에 달렸다. 자동차, 센서 등 하드웨어는 모두 같은 것을 쓰기 때문이다. 카이스트팀의 한 석사 학생은 “시속 200km를 넘는 고속 주행을 하는 만큼 차량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것 자체도 상당한 연구와 기술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와!” 환호가 터졌다. 카이스트팀 차량이 세바퀴째에서 시속 129km(80마일)로 달리던 오번대 팀의 차를 추월해서다. 오번대 팀은 조금 뒤 GPS 작동 오류로 차를 세웠다. 카이스트팀의 승리다.

경기장을 이탈한 독일 뮌헨공대의 자율주행차
경기장을 이탈한 독일 뮌헨공대의 자율주행차
2차전 상대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인 폴리무브팀(이탈리아 밀라노공대와 미국 앨라배마대의 협력팀)이었다. 경기 초반 서로 추격전을 벌이다 곧 관중석이 웅성댔다. 카이스트팀 차가 속도를 확 줄여서다.

정찬영 카이스트팀 팀장은 경기 종료 뒤 “고속에서 자동차 센서가 앞에 사물이 없는데도 있다고 인식하며 제동을 해 안전을 고려해 경기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차의 속도가 시속 200km가량에 이르자 센서가 오작동했다는 얘기다. 카이스트팀은 4등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날 최종 우승은 카이스트를 꺾은 폴리무브팀이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자율주행 경주 1회 대회 우승팀인 독일 뮌헨공대 팀의 차가 주행 중 빙그르르 돌며 경기장을 이탈해서다.

심 교수는 “유럽 팀의 벽이 높지만 체계적으로 준비하면 다음엔 3등 안에 들 수 있을 것”이라며 “고속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되면 서울에서 대전까지 자율주행차를 타고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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