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ACM의 전기차 ‘씨티 원’. IAA 홈페이지 캡처
독일 ACM의 전기차 ‘씨티 원’. IAA 홈페이지 캡처

가장 빠르고 힘센 자동차를 선보이던 모터쇼가 확 달라졌다. 기후 위기와 강력해진 환경 규제에 발맞춰 각국의 완성차 제조사가 전기차 등 친환경 이동 수단을 전시하는 장으로 바뀐 것이다. 현대차도 오는 2035년 유럽 지역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하겠다며 대열에 동참했다.

독일 뮌헨에서 7일(이하 현지 시각) 개막하는 국제모터쇼(IAA)는 ‘모빌리티 2021’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951년부터 개최한 IAA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전시회 중 하나다. 주최 쪽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오프라인에선 처음 열리는 이번 모터쇼의 개최 장소를 정보기술(IT) 기업이 모여있는 뮌헨으로 바꿨다. 또 자동차뿐 아니라 자전거, 전자 스쿠터 등 이동 수단 전반을 다루는 행사로 확대했다. 행사를 주최한 독일자동차협회(VDA)의 힐데가드 뮐러 회장은 현지 기자 회견에서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기후 친화적 엔진과 교통의 디지털 연결성”이라고 강조했다. 더는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 행사가 아니라 기후 보호를 목표로 하는 미래 이동 수단 전시회로 변신했다는 얘기다.

이런 취지에 맞춰 행사에선 새로운 친환경 전기차와 관련 기술이 대거 선보인다. 뮌헨에 본사를 둔 ACM이 만든 ‘씨티 원’은 3분 만에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 저가 전기차다. 길이 3.6m에 최대 4명이 탈 수 있는 이 차는 배터리가 방전되면 여행 가방보다 작은 크기의 2.5킬로와트시(kWh) 용량 보조 배터리 4개를 차 뒤쪽에 갈아 끼워 최장 240km를 달릴 수 있다. 최근 엘지(LG)전자와 전기차 부품 합작사를 설립한 캐나다 마그나가 수탁 생산을 맡고 2∼3년 뒤부터 대당 1300만∼2100만원가량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신생 기업 씨티 트랜스포머가 공개한 ‘폴더블 카’는 차량 좌우 폭이 최대 40㎝까지 접히는 게 특징이다. 막히는 도로나 좁은 주차 공간에서 오토바이처럼 외관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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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자동차 제조사도 경쟁적으로 전기차 신차를 공개하고 있다. 뮌헨에 본사가 있는 독일 베엠베(BMW)는 ‘순환 경제’를 주제로 자원의 소비를 최소화하는 재활용 기술을 들고나왔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인 iX와 중형 승용 전기차 i4도 준비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목표 아래 순수 전기 승용차 더 뉴 EQE와 기존 오프로드 차량 중심의 G클래스 전기차 EQG 콘셉트카 등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미국 포드는 회사의 대표 스포츠카인 머스탱의 전기차 모델인 마하-E GT를, 프랑스 르노는 첫 전기 SUV인 메간 E-테크 일렉트릭을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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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씨티 트랜스포머의 ‘폴더블 카’. IAA 홈페이지 캡처
이스라엘 씨티 트랜스포머의 ‘폴더블 카’. IAA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도 전기차 시장 진출 확대를 예고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6일 현지 보도 발표회를 갖고 “기후 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자 직면한 도전 과제”라며 “2045년까지 제품과 사업 전반에서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0)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오는 2035년부터 유럽 지역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지하고 순수 전기차만 팔기로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2035년 내연기관 차 판매 금지 방침에 발맞춰 기존 계획을 5년 앞당겼다. 또 2040년까지 다른 주요 시장도 전기차 판매 중심으로 전환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미래 기술인 자율주행차도 이번 모터쇼의 주요 화두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헤르베르트 디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진정한 게임 체인저는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이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아르고 AI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도 IAA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아이오닉5 전기차 로보택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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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터쇼가 자동차 제조사들의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는 논란도 있다. 그린피스와 독일 환경 단체 등은 완성차 업체가 말로만 친환경을 외치고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을 주로 팔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