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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여가

“내추럴 와인은 죄가 없다”

등록 :2020-04-25 15:28수정 :2020-04-25 15:30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21. 내추럴 와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와인에서 마구간 냄새가 나네?”

실제로 가본 적도 없는 마구간, 하지만 마구간이라는 단어만큼 그 와인의 쿰쿰함과 꼬릿함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없었다. 내추럴 와인에 대한 첫 기억은 이토록 강렬했다.

지난 몇년간 국내 와인시장의 트렌드는 단연 내추럴 와인이었다. 소수 몇몇 와인바에서만 팔던 내추럴 와인은 언젠가부턴 꽤나 대중화됐다. 컨벤셔널 와인(기존의 일반 와인)과 내추럴 와인 모두 파는 바가 있기도 하고, 내추럴 와인만 파는 바도 늘어났다. 내추럴 와인만 마시는 마니아들도 늘어났다.

내추럴 와인이 뭐냐고? 인위적인 첨가물을 넣거나 필터링 공법 등을 쓰지 않은 와인이다. 와인에 첨가물이 들어간다는 것을 몰랐다면, 충격받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 와인에는 산화방지제인 이산화황, 합성보존료인 소르빈산칼륨 등이 첨가된다. 이런 첨가물을 조금도 넣지 않은 것이 내추럴 와인이다. 또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도 걸러주지 않는다. 쿰쿰하고 꼬릿한 맛이 나기도 하는 특징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물론 내추럴 와인을 마트나 와인 판매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생산량이 적어 공급도 적고 가격도 비싼 편이다. 내추럴 와인 전문바 ㄱ사장님은 “내추럴 와인이 이윤을 남기기 좋은 구조이기 때문에, 너도나도 내추럴 와인을 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ㄱ사장님 말에 따르면, 내추럴 와인은 일반 와인에 비해 대중이 가진 정보가 굉장히 적고, 각 나라의 깐깐한 와인 등급 체계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등급과 상관없이 값을 매길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일반적인 시장경제 원리겠지만.

와인 좀 마신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내추럴 와인이 유행이라는데, 그렇다면 나도 내추럴 와인을 좀 마셔봐야 할 것 같았다. 관련 강의도 듣고 책도 읽으며 공부했고, 마실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마셨다. 그러나 내추럴 와인 특유의 맛과 향이 내 취향이 아니었고, 값도 비싼 편이니 굳이 마실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일반 와인은 빈티지가 달라져도 맛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반면, 내추럴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아예 다른 와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맛이 달라지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내추럴 와인과 멀어졌다.

그러나 최근 다시 내추럴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우연히 마시게 된 몇몇 와인이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와인의 맛을 일반화할 수 없는데도, 너무 쉽게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단정 지었다. 단정 짓기엔 내가 마셔본 와인의 종류가 적었을 뿐이고, 내 마음에 드는 와인을 만나지 못한 것뿐이다. 그렇다. 내추럴 와인은 죄가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맛있는 내추럴 와인을 마시게 될까. 그 무궁무진한 세계에 한 발 내디딘 기분이다. 아, 그렇다고 내추럴 와인만 마시겠단 말은 아니다. 그냥 더 많이 마시겠지, 뭐.

<한겨레21>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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