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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제주에 빠지다

등록 :2016-09-06 18:52수정 :2016-10-18 16:06

“가까운 거리, 청정한 바다, 기이한 자연, 풍부한 음식”
8월24일 오후 제주 성산일출봉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8월24일 오후 제주 성산일출봉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옛날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했다는데 이제는 중국인, 돈, 자동차가 많아 삼다도라네요.”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던 택시 기사는 “이러다간 중국인 제주도지사가 나올 판”이라며 웃었다. 지난 달 찾은 제주도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제주공항 3층 국제선 터미널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제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바오젠 거리 등 제주의 밤거리도 유커들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실제로 연간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2011년 처음 50만명을 넘어선 뒤, 2012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 8월17일 현재 이미 2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올해 300만명 이상의 유커들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54.5%에서 지난해 85.3%로 많이 늘어났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열에 아홉이 중국인인 셈이다. 제주 시내의 게스트하우스들도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스위스에서 호텔학을 전공하고 6년 전 제주시청 부근에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다는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은 “초기엔 일본인과 서양인 관광객이 많았는데 몇 년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유커 수의 증가뿐 아니라 여행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유명 관광지와 여행사 추천 쇼핑몰, 식당을 돌아다니던 ‘대형버스 유커’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유커의 주체는 더욱 젊어지고 개인화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들을 ‘흩어지다’라는 뜻의 싼(散)과 여행자란 뜻의 커(客)를 써 ‘싼커’라고 부른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전체 중국 관광객 중 싼커의 비중은 2013년 17.3.%에서 지난해 38.3%로 불과 2년 만에 갑절 이상 늘었다. 가족 자유여행도 늘고 있다. 최근 제주 거리에는 어린 자녀와 나이 든 부모를 동반한 젊은 중국인 부부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유유히 산책하는 모습이 흔히 눈에 띈다. 싼커들은 중국 자본이나 대자본 소유의 대형 호텔이나 업소들을 많이 이용하는 단체관광객에 비해 체류일수가 길고 일반 업소를 이용해 지역경제에도 더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제주를 찾을까. 제주에서 만난 중국인 싼커들은 대부분 가까운 거리와 아름다운 바다, 청정한 자연, 비자 면제의 편리함을 그 이유로 꼽았다. 사실 중국 북부지역의 경우 남쪽 하이난섬을 가는 것보다 제주가 가깝고 비용도 비슷하거나 싸게 먹힌다고 한다.

8월 23일 오후 제주 협재 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제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8월 23일 오후 제주 협재 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제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제주시청 부근 한 외국인전용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저장성 출신의 바이(19·중국전영학원)는 같은 저장성 출신의 고향 친구와 함께 벌써 2주일째 한국을 여행 중이었다. 한국 드라마에 심취해 한국을 찾아 도보여행을 하고 있고, 서울과 대구, 부산을 거쳐 제주로 왔다. 그는 “제주가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우도 여행은 멋진 풍광과 제주 특유의 풍취가 있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지피에스(GPS) 앱 등으로 길 찾기 등 정보를 구하기가 한결 쉬워졌다는 점도 싼커가 늘어난 이유의 하나다. 어머니와 함께 상하이에서 온 대학원생 허판(24·상하이교통대학)은 “영어가 잘 통하는 편은 아니지만 보디랭귀지로도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웃었다. 그는 “단체여행은 여정이 정해져 있고, 음식이 좋지 않은데다 너무 일정이 빡빡하다는 평이어서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다음에 제주를 찾을 때도 역시 자유여행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연동 롯데면세점이 유커들로 붐비고 있다.
제주시 연동 롯데면세점이 유커들로 붐비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 관광지 성산일출봉에서는 한국어보다 중국어 대화가 더 많이 들렸다. 성산일출봉에서 만난 쥐쥐(40)는 “내륙도시인 고향 시안에서 살다 처음 만난 제주 녹색 바다가 너무 아름답다”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는 “바다가 처음에 녹색을 띠다 해안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남색으로 변해 가는 과정이 신비로웠다”고 감탄했다. 쥐쥐는 5박6일 동안 제주에 머물며 성산일출봉과 우도, 그리고 해안도로 자전거여행 등을 했다. 성산일출봉을 갈 때는 함께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한국인의 친절로 렌터카를 얻어타는 ‘호사’도 누리며 제주의 녹색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쑤저우에서 교사로 일하는 왕원란도 “제주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인들의 친절”이라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부터 작은 가게의 종업원이나 길 가는 사람들까지 왕원란 일행의 물음에 성실하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신선한 공기, 깨끗한 바다, 기이한 화산석, 흑돼지 등 맛있는 음식 등 제주에서의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왕원란은 “정말 많은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돌아간다”며 “한국을 쇼핑 여행으로 찾는 이들이 많은데 체험여행지로 제주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도 흥미로운 제주 여행기가 많다. ‘한국인들은 거리에서도 아웃도어 복장을 즐겨 입고, 나이키 신발을 좋아한다’라거나 ‘제주시는 낮고 오래된 건물이 많아 중국의 작은 소도시를 연상케 하지만 느리고 온화한 분위기가 특이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는 등 중국인들의 제주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유커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렌터카를 빌려 직접 운전하며 여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제주에서 외국인이 운전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한데 중국은 ‘도로교통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사실상 제주에서 렌터카를 빌려 직접 운전하기가 불가능하다. 대중교통으로는 구석구석 비경을 찾아가기가 힘들거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정부와 제주도가 90일 이내 단기체류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안을 국회에 상정했지만 안전을 이유로 채택되지 못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대신 광역직행버스 도입 등 대중교통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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