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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한국교회 ‘친이스라엘’은 신앙적 식민지화 산물”

등록 :2009-02-04 19:37수정 :2009-02-05 14:47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에 대한 비난은 신학적 금기가 됐고, 기독교는 이스라엘 정부가 자행하는 타자에 대한 횡포에 침묵했다. 왼쪽 사진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억류된 유대인 여성들, 오른쪽은 지난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항의해 나치 독일의 상징을 집어넣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스페인 시위대.  <한겨레> 자료사진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에 대한 비난은 신학적 금기가 됐고, 기독교는 이스라엘 정부가 자행하는 타자에 대한 횡포에 침묵했다. 왼쪽 사진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억류된 유대인 여성들, 오른쪽은 지난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항의해 나치 독일의 상징을 집어넣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스페인 시위대. <한겨레> 자료사진
김진호 목사 ‘종교인 토론회’ 발제

유럽서 ‘발명’된 이스라엘 역사와
미국 근본주의 교파 영향 받아

팔레스타인 등 약자 감싸야

한국 주류 기독교의 ‘이스라엘 사랑’은 유난스럽다. “북핵 해결을 위해 이스라엘의 강경노선을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이름난 교계 지도자들이 스스럼없이 펼칠 정도니, 가자 침공을 ‘정당방위’라 두둔하는 것은 차라리 점잖은 축에 속한다. 이 골수에 사무친 친이스라엘 정서는 대체 어디서 발원하는가.

많은 이들이 이 땅에 개신교를 전파한 미국 복음주의 교단의 보수성을 탓하지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의 김진호 목사(사진)는 한 걸음 더 나간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결합된 친이스라엘 정서는 미국의 근본주의 교파뿐 아니라 비교적 온건하고 성찰적인 유럽 기독교조차 안고 있는 일반적 문제”라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과 관련해 종교인 네트워크가 5일 개최하는 긴급토론회의 발제문에서 “(한국 기독교의) 친이스라엘 성향은 서구의 ‘성공주의’ 신학에 예속된 식민화된 의식의 결과물”이라며 “이것을 성찰할 지적·신앙적 의지가 없다면 한국 기독교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김 목사가 볼 때, 현대 기독교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보는 관점은 근대 유럽 세계의 산물이다. 자기 문명의 종교적 뿌리 찾기에 나선 유럽인들이 다윗-솔로몬 제국(기원전 10세기)과 이스라엘인의 팔레스타인 정착(기원전 13~11세기)과 같은 고대 이스라엘 역사를 ‘발명’하는 과정에서 ‘신의 축복을 받은 문명국 이스라엘’과 ‘미개한 피정복민 팔레스타인’에 대한 피아 이분법의 관념이 형성됐다는 얘기다.


그가 다윗-솔로몬 제국과 팔레스타인 정착사를 ‘발명된’ 것으로 보는 이유는, 여기에 관한 기술 자체가 매우 빈약한 사실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최근의 고고학·문헌학적 연구들은 다윗-솔로몬 왕조의 번영을 기술한 구약성서의 내용이 역사적으로 실증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가나안 정착 역시 이스라엘인들이 외부(이집트)로부터 들어와 토착세력을 대체한 게 아니라 토착민 일부가 산간지역으로 이탈한 뒤 부족동맹을 형성하고 성읍국가와 대결하다 평야지대에 재정착하는 과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고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이스라엘인과 비이스라엘인의 혈통적 이분법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진호 목사
김진호 목사
그러나 이스라엘 고대사가 ‘발명됐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이 발명된 역사가 근대 유럽 세계에서 수행한 정치적 기능이다. 김 목사가 볼 때, 다윗-솔로몬 제국 설화는 세속적 번영을 신이 내린 축복의 징표로 해석하는 서구식 성공주의를 신학적으로 뒷받침했다. 마찬가지로 가나안 정착 설화는 정복을 통해 야만 민족을 문명화하는 것이 신이 부여한 사명이라는 서구의 제국주의 논리에 정당화 근거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세속적 역사의 실패자인 팔레스타인 부족은 이스라엘에 지배당해도 마땅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김 목사의 설명이다.

이런 서구 기독교계에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는 경천동지할 사건이었다. 20세기 기독교 문명국가에서 벌어진 ‘인종 절멸’이란 야만 행위는 ‘문명=성공=축복’이라는 근대 신학의 성공주의 신념체계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이 과정에서 홀로코스트를 초래한 유럽 사회의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를 일소하려는 움직임이 현대 신학 안에서도 뚜렷한 조류를 형성했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유대인 학살에 대한 뼈아픈 기억에 압도된 나머지 성공주의 신학 전반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지 않고, 기독교의 전통적 ‘반유대주의’를 무비판적 ‘친유대주의’로 뒤집어놓는데 머물렀다는 점이다. 팔레스타인은 여전히 “기독교의 상생 대상인 유대교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적 역사”로만 조명될 뿐, 그들의 고통은 “회수되고 유기됐다.”

이런 연유로 2차 대전 이후의 서구 신학은 유대교 엘리트나 이스라엘 정부가 자행하는 타자에 대한 횡포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유대인을 비난하는 것 자체가 신학의 금기가 됐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이처럼 유대인과 이스라엘 정부의 모든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서구 신학을 ‘홀로코스트 신학’이라 명명한다. 홀로코스트 신학은 과거의 희생자가 힘없는 이웃에 강요하는 또다른 희생에 침묵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제국 신학’이다. 따라서 “과거의 이스라엘이 아닌 지금의 팔레스타인, 나아가 전지구적인 약자의 고난에 참여하고 싸우는 ‘홀로코스트 너머의 신학’이 필요한 때”라고 김 목사는 말한다.

토론회에서 김 목사와 함께 발표자로 나서는 임지현 한양대 교수는 ‘홀로코스트와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라는 글을 통해 유대인들의 희생자의식이 혈통주의에 의해 지탱되는 이스라엘의 공격적 민족주의를 어떻게 지지하고 강화하는지를 규명할 계획이다. 행사는 5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 돈의빌딩 안병무홀에서 열린다. (02)363-9190.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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