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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공연·전시

‘B급 똘끼’에 세계가 춤췄다…‘싸이 스타일’ 20년

등록 :2021-01-28 04:59수정 :2021-01-28 08:25

[데뷔 20돌 맞은 가수 싸이]
2001년 1월 ‘새’로 데뷔한 싸이
충격적 ‘엽기코드’ 시선 강탈 뒤
‘강남스타일’ 불러 월드스타 우뚝

기성세대·주류 시스템 비판하며
인간적 감동 담긴 노래도 불러
이젠 후배가수 육성 프로듀서로
2012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국민 무료공연을 연 싸이의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2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국민 무료공연을 연 싸이의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그에게서는 댄스가수의 전형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둥그스름한 얼굴에 쌍꺼풀 없는 작은 눈, 튀어나온 배. 옷차림도 독특했다. 남성들이 잘 입지 않는 민소매 셔츠 차림이었다. ‘코미디언 아냐?’ 당시 대중과 마주한 24살 청년의 모습은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익살스러웠다. 춤은 또 어떤가. 흥에 겨워 제멋대로 몸을 흔드는 듯한 안무는 ‘저러다 쓰러지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들 정도로 격정적이었고 신들린 듯했으며, 능글맞은 표현 또한 이전 가수에게서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외모와 안무도 충격이었지만, 한술 더 뜬 것은 노랫말이었다. 비속어를 표현한 “새됐”다거나, 욕설을 연상시키는 “십원짜리야”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등장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가사였다. “두려운 거야 드러운 거야/ 아니면 좋아서 내숭 떠는 거야/ 쇼하는 거야 뭐야/ 당신 나랑 지금 장난하는 거야/ 당신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거야 이, 십원짜리야/ … /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나 갖다가 너는 밤낮 장난하나/ 나 한순간에 새됐어/ 당신은 아름다운 비너스”

2001년 1월, ‘새’란 노래로 데뷔한 가수 싸이는 이내 대한민국 가요계를 강타했다. 예쁘고 잘생긴 얼굴에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아이돌 그룹이 장악한 가요계에서 직설적인 노래와 코믹한 안무,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패션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쌓아갔다. 데뷔 앨범 제목(<싸이 프롬 더 사이코 월드>)처럼 싸이(Psy)는 ‘사이코’(Psycho) 그 자체였다. 그는 노래를 통해 기성세대와 기존 주류 시스템의 권위와 억압, 엄숙주의, 이중성 등을 조롱하고 비판했다. 그런 모습에 열광한 1020세대는 그에게 ‘엽기가수’란 별명을 붙여줬다. 2001년은 ‘엽기토끼’ 마시마로가 유행하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개봉해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싸이. 피네이션 에스엔에스 갈무리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싸이. 피네이션 에스엔에스 갈무리

그로부터 정확히 20년이 흘렀다. 데뷔 초 ‘똘끼’ 충만한 ‘비(B)급’ 감성과 ‘엽기’ 코드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월드스타’로 우뚝 선 뒤, 지금은 소속사 피네이션 대표로 후배 가수를 프로듀싱하고 있다. 현아, 던, 헤이즈, 제시, 크러쉬 등이 그의 소속사 가수다. 그는 올 상반기에 박진영과 함께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에스비에스)를 통해 각각 자신의 기획사를 대표할 차세대 남성 그룹도 뽑을 계획이다.

싸이는 데뷔 초반 ‘엽기가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후 싱어송라이터로서 음악성을 드러내며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챔피언’ ‘연예인’ ‘아버지’ ‘젠틀맨’ ‘낙원’ ‘어땠을까’ 등 자신이 부른 노래뿐만 아니라, 이승기를 ‘국민 남동생’ 반열에 올려놓으며 스타로 만든 ‘내 여자라니까’, 디제이 디오시(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서인영의 ‘신데렐라’ 등의 곡을 만들며 작곡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싸이. 피네이션 에스엔에스 갈무리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싸이. 피네이션 에스엔에스 갈무리

특히 2012년은 싸이에게 최고의 해였다. 자신이 만든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열풍의 중심에 우뚝 섰기 때문이다. 그는 이 노래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핫100’)에서 7주 연속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이 차트에서 한국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에 앞서 최고 기록을 세운 이는 싸이였다.

싸이의 음악적 원동력은 뭘까. “그릇된 반항심이 싸이를 만든 것 같아요. 원리원칙주의자인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게 너무 절실했고,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죠. 내가 만든 노래를 남이 안 부르니 나라도 불러서 노래를 알리면 일이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에 데뷔하게 됐어요.” 2012년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싸이의 말이다.

높은 인기와 함께 싸이는 여러 논란을 일으킨 ‘문제적 인물’이었다. 2001년 말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받았고, 병역비리가 불거지면서 2007년 재입소해 현역병으로 재복무를 하기도 했다.

이런 부침에도 그가 오랜 시간 인기를 누리며 한국 대중음악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음악적 성과와 그가 새롭게 보여준 공연문화를 꼽았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싸이는 비주얼적 요소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던 시기에 개성 강한 외모와 춤, 발칙하고 적나라한 음악으로 독자 영역을 구축하면서도 ‘아버지’ ‘낙원’ 등 인간적이고 감동이 담긴 노래로 대중에게 밀접한 음악을 선보였다”며 “여름에는 물을 뿌리는 ‘흠뻑쇼’, 겨울에는 밤을 새우는 ‘올나잇스탠드’ 등 브랜드 공연을 통해 새롭게 제시한 공연문화도 그가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인기 요인”이라고 짚었다.

2018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가수 싸이가 공연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가수 싸이가 공연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만, 아쉬운 지점도 있다. 정 평론가는 “그의 초창기 앨범과 달리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6집 이후 앨범에서는 촌철살인의 메시지나 날것 그대로의 노랫말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강남스타일’ 성공 이후 후크에 집착하는 노래나 특정 안무에 매몰된 노래가 많아져 음악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독자적인 소속사를 꾸린 만큼, 예전의 개성 강한 음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싸이는 2017년 8집 앨범(<싸이 8th 4×2=8>) 이후로는 새 앨범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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