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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공연·전시

차세대 주력작가 둘 나란히 개인전

등록 :2014-09-24 18:46수정 :2014-09-24 22:24

비엔날레 홍수로 미술판이 북적거리는 요즘 서울 북촌 화랑가에는 차세대 작가로 촉망받는 두 ‘젊은대가들’이 나란히 개인전을 차렸다. 내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대표작가 전준호(45)씨가 ‘그의 거처’ 전을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2년 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신관 ‘더 탱크스’ 개관전의 첫 작가로 초대받았던 김성환(39)씨는 국내 첫 개인전 ‘늘 거울 생활’을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여는 중이다. 설치, 영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국제적인 성취를 거듭해온 둘의 역량을 뜯어볼 수 있는 전시들이다.

아트선재센터에 차려진 김성환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상물 <템퍼클레이>의 한장면. 아트선재센터 제공
아트선재센터에 차려진 김성환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상물 <템퍼클레이>의 한장면. 아트선재센터 제공
김성환 ‘늘 거울 생활’

아파트 공간
불협화음
얽히고설켜

■ 과거 한국 도시공간을 기묘한 상상력으로 풀다 “도끼, 도끼, 도끼, 난 네가 정말 즐거웠으면 좋겠어~어~어~”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선보이는 김성환 작가의 대표 영상 <템퍼클레이>(진흙개기)속에 등장한 여자아이의 대사는 밀교의 주문 같다. 그는 도끼자루를 앞에 두고 실없이 지껄여댄다. 괴기스러우면서도 무언가 애틋한 마음을 자극하는 메아리 같은 영상과 음성들. 아이와 소년소녀의 독백과 불편한 소음, 심연 저편에서 울려나오는 세익스피어 희극 <리어왕>의 대사들이 낭송으로 이어진다. 무대가 되는 영상 속 공간들도 들판에서 나무 숲, 별장, 서울의 아파트로 바뀐다. 불협화음처럼 소음, 낭송, 음악이 곁들여져 기괴하고 난해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테이트모던에서 상영됐던 이 작품의 핵심 무대는 작가가 유년시절을 보낸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다. 압구정 타운을 부유하듯 차를 타고 낮게 관찰하면서 찍은 영상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70~80년대 아파트공간이 한국인의 마음과 의식에 남긴 여러 요소들을 소리와 난해한 이미지, 다큐적 영상들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늘 거울 생활’이란 전시제목은 초등학교의 음악·미술·체육 통합 교과서 ‘즐거운 생활’을 비튼 말장난이다. 이 비꼬인 제목처럼 2, 3층에 놓인 김씨의 영상들과 설치물들은 혼란스럽고 개념들이 뒤엉킨 모습을, 좁은 통로나 벽을 지고 숨거나 바닥판을 굽혀 벽에 붙이는 등의 건축적 표현으로 설명한다. 그 난해함 속에 선뜩 드러나는 한국적 공간에 대한 그의 날선 시선을 주목할 만하다. 11월30일까지. (02)733-8945.


정교하게 깎은 나무해골과 거울판이 만나는 전준호 작가의 설치작품 <마지막 장인>. 갤러리 현대 제공
정교하게 깎은 나무해골과 거울판이 만나는 전준호 작가의 설치작품 <마지막 장인>. 갤러리 현대 제공
전준호 ‘그의 거처’

돌아온 스타
음울한 현실
영화 만든듯

■ 그는 왜 영화 같은 이야기에 골몰하는가? 전씨는 광주비엔날레 ‘비엔날레 상’(2004)과 류블랴나 비엔날레 대상(2007년), 201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 출품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수상 등 화려한 경력으로 주목받는 스타작가다. 개인전은 6년만인데, 그는 거울판 위에 참선하는 듯한 나무해골상을 놓은 <마지막 장인>, 거대한 둥근 링이 천장에 붙어 돌아가는 설치작품 <코는 왜 입 위에 있을까>, 동갑내기 작가 문경원(45)과 함께 작업한 영상 작품 <묘향산관> 등을 내보였다. 사회 이슈, 인간 실존, 현대인을 둘러싼 현실과 이상의 괴리 등의 무거운 주제들을 다룬 전시라고 한다. 작가는 원래 원화나 달러 화폐 위의 배경 속에서 꾸물거리며 방황하는 인물들을 담은 합성영상으로 자본 논리에 철저히 갇힌 지금 세상과 사람들의 음울한 실상을 보여준 바 있다. 지금, 그는 더 나아가, 사실상의 영화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치중하는 인상을 준다. 진짜뼈를 깎는 장인의 사연을 담은 소설을 나무해골 설치를 보는 관객에게 나눠주고, 베이징 북한 식당의 여성 접대원과 한국 작가의 남남북녀 로맨스를 담은 이야기를 담은 영상(<묘향산관>)들이 그렇다. 다분히 전형성을 띠는 이 영상과 소설들은 쟁쟁한 출연배우(고수, 한효주)와 말끔한 형식에도, 주제와 내용의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왜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상에만 골몰하는 것일까. 대양의 꿀렁거리는 물살을 담은 영상이 거울 탁자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세월호 사건을 환기시켜 주는 설치영상 ‘그의 거처’가 그런 면에서 더욱 돋보이는 작업으로 비친다. 28일까지 (02)2287-350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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