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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공연·전시

‘무통 문명’이여 반성하라

등록 :2011-10-06 20:28

 김용익(64·경원대 미대 교수) 작가
김용익(64·경원대 미대 교수) 작가
생태미술가 김용익 개인전
타인고통 무시하는 사회 비판
구제역 희생 동물 위패 사진 등
에코아나키즘 바탕 작품 선봬
그는 지난 40여년간 ‘미술은 무엇인가’란 화두에 매달려왔다. ‘나는 왜 그리나?’, ‘무엇을 그리나’, ‘누구를 위해 그리나?’라는 질문을 자신과 한국 미술계에 끊임없이 던졌다.

그러다 점차 “미술을 ‘그 자체 안’에서보다 ‘문화 안에서의 미술’로 사고하는 성향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생활’과 ‘사회’ 안에서의 미술을 생각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서울 구기동 아트스페이스 풀 전시장에 걸린 김용익(64·경원대 미대 교수·사진) 작가의 <흙 묻은 그림>은 이런 작가의 수십년 고뇌를 털어놓는 듯한 작품이다. 1970~80년대 ‘땡땡이 그림’으로 이름 날렸던 모더니즘 화가에서 공공미술을 거쳐 생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로 변모하는 치열한 과정의 단면들이 엿보인다. 이 작품은 1995년 <가까이… 더 가까이…>라는 작업으로 처음 완성해, 2005년 11월 그 위에 자신의 알몸을 연필 드로잉으로 덧그렸고, 2009년 5월에는 흙을 묻히려고 일년간 작업실 처마 밑에 내놓았다. 그리고 2010년 5월, 작업실 안에 들여놓고 금색 칠 올리고 나무를 덧대는 등의 작업을 벌여 같은해 7월 마쳤다. 한 작품에 무려 15년간 정성을 쏟았는데도, 아직도 여기저기 조금씩 손을 보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땡땡이 그림’이라는 모더니즘 작업이었다가 10년쯤 지나서 지우는 작업을 했어요. 옛날 작업을 ‘너 나름대로 네 생명을 살아라’라고 그냥 놓아주는 게 아니라 끝까지 데리고 내 생각이 변화하는 만큼 또다시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미술 개념이나 작업의 변화도 있겠지만 10여년 동안 만져온 작업에 대한 애정이자 낡은 것, 오래된 것, 스러지는 것에 대한 경배의 의미도 있다”고 했다. 경기도 양평에 내려가 작업하면서 생태와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고, “석유 에너지 종말 시대와 새 문명의 필요성에 대한 믿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는 말이었다.

김 작가가 지난달 6일부터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차린 전시는 ‘무통문명無痛文明에 소심하게 저항하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70년대 전위미술 작가로서 개념, 지각, 체험이란 화두를 ‘온몸미학’과 ‘생철학적’ 태도로 풀어온 그가 틈틈이 발표한 글 모음집 <나는 왜 미술을 하는가-정치적인 것과 개념적인 것의 연결을 보여주기>(현실문화 발행)의 출판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전시장에는 그의 고조부뻘 된다는 19세기 역학인 김일부가 <정역>에서 주창한 ‘후천개벽’ 사상과, 반생태적 국가를 부정하는 에코 아나키즘이 물씬한 작품들이 많다. 구제역으로 희생된 짐승들의 넋을 달래는 위패를 제작한 설치작업 <망구제역일체축생고혼영가>(2010)의 사진, 놋냄비와 질그릇 잔으로 성찬을 꾸며 석유종말 시대 뒤 도래할 ‘포스트 탄화수소 시대’의 진실을 표현한 <성배> 등이 눈에 띈다. 이름없는 풀꽃 물감 등으로 태극 문양의 ‘양의’를 변화시켜 ‘무극’을 형상화한 작품 <개벽>(2010)도 ‘후천개벽’ 새 문명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전시 제목은 ‘생명학’을 제창한 일본 철학자 모리오카 마사히로의 책 <무통문명>에서 따왔다고 한다. 모리오카는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려는 무통화의 현대사회에서는 타인의 고통이나 호소를 들으려 하지 않고 타인을 일방적으로 짓밟으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내 작품은) 우리 시대 과잉 시행되는 의료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고, 환경파괴, 양극화 등 현실의 고통과 통증을 회피하게 만드는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사소한 저항”이라고 말했다. 무통문명에서 오래된 미래를 그려내는 그의 생태미술전은 14일까지 이어진다. (02)396-4805.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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