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여년 전 청년 화가 김환기는 일본 도쿄 미술판에 어떤 자취를 남겼을까.
푸른빛 아롱진 점화 대작들로 한국 미술 시장을 평정해온 추상회화 거장 김환기(1913~1974)의 그림 뿌리를 캐다 보면 나올 수밖에 없는 물음이다. 1933년 도쿄 니혼대 미술학부에 입학해 1936년 졸업하고 1937년 귀국할 때까지 약 4년간 머문 도쿄 화단은 그의 작품세계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입체주의, 야수파, 구축주의, 초현실주의 등 유럽 첨단 사조를 아방가르드 양화연구소로 대표되는 도쿄 화단의 전위적 미술기관, 작가, 이론가들과의 교류와 전시 등을 통해 몸소 체득했고, ‘론도’(1938년께)로 대표되는 초기 추상의 리듬감 넘치는 화면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미술판 사람들은 푸른빛 점화들을 창작했던 뉴욕 시기(1963~1974)와 해방 직후부터 프랑스 파리로 도불하기 전까지의 성북동 시기(1944~1956)를 여전히 주로 이야기하지만, 김환기 화풍의 원형질이 형성된 도쿄 시절의 행적들이야말로 탐구가 집중되어야 할 연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김환기 연구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구기동 환기미술관 별관에 모여 작가의 도쿄 시대 작업 행적을 규명하기 위한 아카이브 심포지엄을 펼친다. ‘1930년대 일본 아방가르드 미술과 한국 추상미술의 시원’이란 제목으로 미술관이 주최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1930년대 초현실주의와 추상주의를 중심으로 전개된 도쿄 미술계의 아방가르드 흐름 속에서 김환기의 당시 행적을 더듬어보면서 한국 추상미술 태동기 흔적을 탐구해보는 자리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환기미술관의 백승이·이꼬까 학예사의 조사 성과다. 두 학예사는 ‘연보를 중심으로 본 김환기의 일본 활동 1931~1941’이란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김환기의 개인전·2인전 기록을 일본 현지 아카이브에서 찾아내 소개한다. 김환기는 1936년 11월6~10일 도쿄 아마기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바로 직후인 11월12~18일 도쿄 네오다방에서 근작 소품전을 진행했으며, 이듬해 1월26~31일 아마기화랑에서 동료 작가 야마모토 나오타케와 2인전까지 벌인 기록을 당시 현지 미술잡지, 연감에서 확인했다. 앞서 1936년 10월에는 아마기화랑에서 김환기가 김병기, 기타무라 교쿠 등 동료 유학생, 현지 작가들과 ‘범’(汎)전을 벌였는데, 이 전시는 김병기의 육성 회고로만 전해지다 이번에 작품 10점을 김환기가 출품했다는 내용이 담긴 리플렛 실물을 찾아내 연보를 보강할 수 있게 됐다.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수화 김환기 회화의 정체성과 횡단성’이란 논고를 통해 김환기 말년의 격자 속 점화들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대작처럼 위에서 장대하게 내려다보는 부감적 풍경까지 섭렵하면서 동서 미술을 횡단한 결과물이란 견해를 내놓는다. 1977년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일본에 알리는 계기가 된 도쿄 화랑 회고전이 그의 절친한 벗이었던 최순우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 기획으로 1976년 일본을 순회한 ‘한국미술오천년전’의 한국미 이념과도 맥이 닿는다고 짚은 대목도 흥미롭다.
마쓰오카 도모코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연구원은 김환기도 가담했던 1936~1937년 도쿄의 전위적 미술모임 백만회와 관련해 현전 자료를 통해 그 활동과 의의를 재조명한다. 와카야마현립근대미술관 주임연구원인 히사미 우에노는 일본 근대 추상회화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무라이 마사나리를 중심으로 그와 김환기가 함께한 자유미술가협회 활동의 의의를 살펴본다. 김용철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는 김환기의 니혼대학 재학기부터 해방 뒤 신사실파 활동 시기까지 조형 이념의 변모 양상을 고찰할 예정이다.

미술관 쪽은 심포지엄 내용을 국어·일어·영어로 번역해 올 연말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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