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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공연·전시

2월엔 홍대 앞 3대 명절 ‘경록절’이 있다…3년 만에 대면 콘서트

등록 :2023-01-25 07:00수정 :2023-01-25 07:50

생일잔치를 축제로 승화한 크라잉넛 한경록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대면으로 경록절 행사를 여는 크라잉넛의 한경록.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대면으로 경록절 행사를 여는 크라잉넛의 한경록.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그의 주변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연 뒤풀이라도 하면 20~30명은 기본으로 모였다. 인디 1세대 밴드 크라잉넛의 한경록(베이스)은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게 좋아서 음악을 했는지도 모른다.

2005년 초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과도 같은 ‘홍대 앞’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생일 2월11일에 음악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제대하고 오니 공연하던 라이브클럽도 문을 닫고 인디신이 위축된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내가 술 쏠 테니 모여서 ‘으싸으쌰’ 해보자 한 거죠.”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한경록이 말했다.

2007년 왁자지껄한 생일잔치를 두고 누군가 그랬다. “이건 뭐, 경록절이네.” 이후 매년 2월11일은 경록절이 됐다. 크리스마스이브, 핼러윈데이와 함께 이른바 ‘홍대 앞 3대 명절’로 불리기 시작했다. “치킨집을 빌려 파티 하면 300만원씩 나오는데, 이날을 위해 평소 저작권료 등을 모아요. 제겐 이게 ‘플렉스’(힙합에서 돈 자랑을 뜻하는 말)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타 치며 노래하는 이가 나타났다. 그러자 “내가 드럼 쳐줄게” “베이스는 내가 칠게” 하고 줄줄이 나섰다. 예정에 없던 즉흥 잼 연주가 펼쳐졌고, 서로 연주하겠다고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스웨덴에서 온 가수 라세 린드도 1시간을 기다려 노래했다. 김창완, 김수철, 강산에 등 대선배들이 노래하면 모두가 ‘떼창’을 했다. 경록절은 타임테이블(출연자 시간표) 없는 페스티벌이 됐다.

‘경록절: 마포 르네상스’ 포스터. 캡틴락컴퍼니 제공
‘경록절: 마포 르네상스’ 포스터. 캡틴락컴퍼니 제공

2015년부터 800석 규모 공연장 무브홀(현 왓챠홀)이 장소와 무대를 지원해주겠다고 나섰다. “단순히 먹고 노는 자리를 넘어 우리만의 문화가 있는 페스티벌로 만드는 계기가 됐죠.” 다양한 취향이 공존하는 인디신을 닮은 수제맥주 회사와 협업해 술을 협찬받고, 굿즈를 팔고 후원금을 받아 경비를 충당했다. 술과 음식, 공연이 모두 공짜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반인들도 대거 놀러 왔다. 2020년 경록절 때는 800명 넘게 찾아와 맥주 100만㏄를 마셨다. “유흥으로만 끝내고 싶지 않아서” 행사장에 유엔난민기구 부스를 만들어 기부도 이끌었다.

몹쓸 코로나가 홍대 앞까지 덮쳤다. 음악인들은 무대를 잃고 밥줄이 끊겼다. 2021년 경록절은 건너뛰어야 하나 고민하던 한경록은 온라인 개최를 결심했다. “경록절까지 안 하면 코로나에 지는 것 같아서요.” ‘경록절: 이번엔 집에서 놀자’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각자 집이나 연습실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18시간 논스톱으로 온라인 중계했다. 국경을 넘어 미국, 영국, 일본, 러시아, 한국 등 5개국 84팀이 동참했다. 영국 펑크록의 전설 ‘섹스 피스톨스’의 글렌 매틀록(베이스)도 참여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대면으로 경록절 행사를 여는 크라잉넛의 한경록.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대면으로 경록절 행사를 여는 크라잉넛의 한경록.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경록절의 부제는 ‘쾌락명절’이었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 블랙이 돼서 사람들이 너무 우울해하더라고요. 우린 충분히 열심히 살았고 건강한 쾌락을 즐길 자격이 있으니 로큰롤로 쾌락하자는 취지였죠.” 사흘에 걸쳐 하루 7~8시간씩 한국 인디 108팀이 릴레이 공연하는 걸 온라인 중계했다. 제작비 충당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한 결과, 목표액 1100만원의 113%를 달성했다.

마침내 팬데믹이 끝났다. 3년 만에 오프라인 경록절 파티를 열 수 있게 됐다. “코로나 기간에 집에 있으면서 책과 유튜브를 보니 ‘르네상스’ 문화가 흥미롭더라고요. 중세 유럽에 흑사병이 돈 뒤 재생·부활을 뜻하는 르네상스 문화가 꽃피운 것처럼 우리도 코로나 이후 대면으로 만나 문화의 꽃을 피워보고 싶었어요.” 올해 경록절 부제를 ‘마포 르네상스’라 붙인 이유다. “음악·미술·문학·과학을 아우르며 마포를 피렌체처럼 만들어보자”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번 경록절은 2월8~12일 닷새간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연다. 8일 당일 새 이름으로 바뀔 예정인 왓챠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는 크라잉넛을 비롯해 김수철, 멜로망스 등이 무대에 선다. 9~10일에는 잔나비 등이 참여하는 온라인 축제를 열고, 생일 당일인 11일에는 제비다방, 클럽 에프에프(FF), 네스트나다, 채널 1969 등 라이브클럽에서 ‘로큰롤 시티투어’를 펼친다.

경록절 부대행사로 열리는 ‘로큰롤 르네상스’전 포스터. 캡틴락컴퍼니 제공
경록절 부대행사로 열리는 ‘로큰롤 르네상스’전 포스터. 캡틴락컴퍼니 제공

12일 폐막식은 마포아트센터 전관에서 진행한다. 대극장에선 최백호, 박창근, 크라잉넛, 딕펑스, 소프라노 강윤정 등이 공연하고, 소극장에선 김상욱 교수의 물리학 강의 콘서트 등이, 스튜디오에선 유발이, 노브레인 이성우, 조동희 등의 북콘서트가 열린다. 갤러리에선 김창완, 백현진, 크라잉넛 이상면, 노브레인 보보, 권민지 작가 등의 그림을 전시하는 ‘로큰롤 르네상스’전을 8~12일 내내 연다.

클럽 입장료를 받는 ‘로큰롤 시티투어’를 제외하면 모든 행사가 무료다. 대신 제작비 충당을 위해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다. 펀딩에 참여하면 행사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려주고 엽서, 스티커, 텀블러, 티셔츠 등 굿즈를 준다.

“음악 공연 보러 왔다가 그림도 보고 강연도 듣고 해서 삶이 풍요로워졌으면 좋겠어요. 예술이 치유와 회복, 위로가 될 거라 믿어요. 그것이 바로 지금 여기의 르네상스 아닐까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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