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을 둘러싼 ‘인맥 캐스팅’ 논란이 고소전으로 번지자,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뮤지컬계에서 ‘1세대’로 불리는 박칼린·최정원·남경주는 22일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의 고소 사건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종사하는 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뮤지컬 1세대의 배우들로서 더욱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뮤지컬이 관객과 온전히 만날 수 있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게 된다”며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배우·스태프·제작사가 지켜야 할 정도 3가지를 제시했다. 이들은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지 말아야 하며 스태프는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도록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고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의 이 사태는 이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우리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십년간 이어온 뮤지컬 무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다. 뮤지컬을 행하는 모든 과정 안에서 불공정함과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올바로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의 정도를 위해 모든 뮤지컬인이 동참해주시길 소망한다”며 “우리 스스로 자정 노력이 있을 때만이 우리는 좋은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뮤지컬 선배의 호소문이 나오자, 이에 대해 후배 뮤지컬 배우들이 지지를 밝히는 글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 <엘리자벳> 주인공을 두번 맡았던 배우 김소현은 인스타그램에 ““#동참합니다 #뮤지컬배우김소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성명문을 공유했다.
정선아와 신영숙은 이 호소문과 함께 하늘을 손으로 가리는 사진을 올렸다. 조권은 호소문에 “뮤지컬 배우 후배로서 선배님들의 말씀에 공감하고 응원하고 지지하고 사랑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정성화는 정선아의 글과 사진을 공유하면서 동의 의사를 전했다. 이외 차지연, 신의정, 박혜나 등이 호소문을 공유했다.
앞서 뮤지컬 배우 김호영은 <엘리자벳> 캐스팅이 발표된 뒤 14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라는 글을 올렸다. 지금은 삭제된 이 글을 두고 김호영이 <엘리자벳> 캐스팅과 관련해 옥주현을 저격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옥주현은 22일 김호영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고소장을 제출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