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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공연·전시

17세기 명화 속 숨은 ‘큐피드’ 350년 만에 귀환

등록 :2021-09-01 18:33수정 :2021-09-01 21:17

페르메이르 작품 덧칠 벗겨 복원…10일 공개
복원된 <열린 창문 앞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의 도상. 여인의 뒤편 벽에 활을 쥔 큐피트 천사의 그림이 온전하게 나타났다. 알테마이스터회화관 제공
복원된 <열린 창문 앞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의 도상. 여인의 뒤편 벽에 활을 쥔 큐피트 천사의 그림이 온전하게 나타났다. 알테마이스터회화관 제공
놀라운 귀환이다. 17세기 명화의 벽 속에 묻혀있던 아기 천사가 350여년 만에 돌아왔다. 21세기 광학과 공학의 힘으로 다시 세상에 나온 그리스 신화의 큐피드 신. 맞자마자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마법의 활과 화살을 들고 선 벌거숭이 천사의 자태가 되살아난 것이다.

지금 서구 미술사학계는 17세기 네덜란드 거장의 명작이 연출한 복원 드라마의 극적인 결실 앞에 흥분하고 있다. 바로크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의 대표작 중 하나로, 1657~59년 그린 <열린 창문 앞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이다. ‘북구의 피렌체’로 불리우는 독일 고도 드레스덴의 츠빙거 궁전 전시장(국립 드레스덴미술관 알테마이스터회화관)에서 10일부터 이 작품의 복원 성과를 알리는 공개 전시가 시작된다. 올해 초 복원된 이 작품의 새로운 면모를 내년 1월2일까지 거장의 다른 작품 9점과 함께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다.

<열린 창문 앞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복원 전 도상. 여인의 뒤편에는 빈 벽만 보인다. 알테마이스터회화관 제공
<열린 창문 앞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복원 전 도상. 여인의 뒤편에는 빈 벽만 보인다. 알테마이스터회화관 제공
복원되기 전 그림은 얼핏 보면 구도가 단순했다. 왼쪽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을 받으며 연인의 편지를 읽고 있는 여인의 애틋한 옆모습 바로 뒤로 밝은 빛의 빈 벽면이 보인다. 그래서 기존 학계는 홀로 있는 여인의 심경을 강조하는 심리적 배경으로 벽을 해석했다. 그런데 42년 전인 1979년 이 그림의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다가 벽의 물감층 밑에 아기 천사가 숨어있는 상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된다. 원래 사랑의 천사를 그렸는데, 의도적으로 지운 것이었다. 누가 지웠을까? 작가일까? 후대 소장자였을까?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의 회화보존과학 전문가들은 팀을 꾸려 논의를 거듭한 끝에 2017년 일단 물감층을 벗겨내고 천사상을 드러내기로 결론을 내린다. 뒤이어 2018년부터 전자현미경과 메스로 물감층과 광택층을 일일이 긁어내는 지난한 작업이 3년 가까이 이어졌고, 올해 드디어 작업이 끝났다. <…편지를 읽는 여인>은 원래 사랑하는 연인의 편지를 받고 설렘과 기대 속에 읽는 여심을 묘사한 그림으로 유명했다. 이번 복원으로 인물상 뒤 벽에 나중에 회칠된 에로스 천사의 상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사랑의 속성을 다룬 그림으로서 도상적 의미는 더욱 충실해졌다. 그림의 역사성 또한 더욱 확고해졌음은 물론이다.

수수께끼가 완전히 풀린 건 아니다. 애초 천사상이 벽 속에서 발견됐을 때 학자들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지운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2017~18년 전자현미경과 광학기기로 물감층과 광택층, 그리고 그 사이 먼지층을 분석한 결과는 기존 설을 뒤집었다. 작품을 완성한 뒤인 17세기 말이나 18세기 초 그림을 가져간 다른 이가 덧칠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그는 누구였을까? 1742년 작센 왕의 수중에 들어간 이래로 드레스덴에 머물게 된 <…편지 읽는 여인>은 여전히 신비스러운 물음을 던진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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