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한상영가등급을 받은 영화 '천국의 전쟁'이 언론과 일반 관객에게 비공개로 진행된 시사회가 남산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렸다. <천국의 전쟁>은 제58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하여 관객의 호평과 혹평을 받은 멕시코 출신의 젊은 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디스 감독의 작품.

젊고 예쁜 여자와 추한 모습의 늙은 남자가 만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 해답은 '섹스'. 짧은 섹스로 시작하는 충격적인 영상은 영화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그리고 그 이후의 스토리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추악한 범죄를 정적인 영상과 여러 번의 롱테이크 기법, 절제된 대사와 무표정한 캐릭터이미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며, 도무지 알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쓴다. 관객은 그저 스크린 속에 최면이 걸린듯 바라만 볼 뿐이다. 그러다 어린시절 침대에서 어머니에게 자장가를 듣고, 잠이 들듯 스르륵 눈이 감긴다. 그리고 어느 새 시간은 흘러 알 수 없는 장소로 향하는 주인공의 발걸음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는 인간의 추한 욕망 끝에 지옥이 존재한다는 주제를 이야기한다.

카를로스 레이가디스는 법을 전공한 법학도 출신의 감독이다. 98년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2002년 첫 장편 데뷔작 <하폰>을 연출했다. 그 해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린 제 56회 에든버러국제영화제에서 <하폰>으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에든버러국제영화제는 전세계 비경쟁 영화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국제영화제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인간이 저지르는 최악의 범죄가 가져오는 결과를 차가운 시선으로 그려낸 <천국의 전쟁>. 평범한 운전수 마르코스와 그의 아내는 아이를 유괴하는 천인공노한 죄를 저지르고 결국 아이가 죽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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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이후 마르코스가 바라보는 세상은 지옥으로 변하는데... 영화 <천국의 전쟁>을 수입한 월드시네마는 국내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천국의 전쟁>과 비슷한 주제와 영상의 <몽상가들>과 비교하였다. <몽상가들>은 <마지막 황제>로 제 6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을 수상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2003년 작으로, 세 젊은 남녀의 격정적인 성적 판타지를 주제로 한 영화다. 미국 개봉시 성기 노출 등의 과감한 성적 표현으로 인해 심의에서 NC-17등급을 받았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 신예 에바 그린의 과감한 노출 연기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천국의 전쟁>도 이와 맞먹는 수위의 성적 표현 장면이 몇 차례 나온다.

그러나 <몽상가들>의 성적 표현은 아름답다는 호평과 달리, <천국의 전쟁>은 추하다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암울한 미래에서 희망을 꿈꾸는 세 젊은 남녀의 욕망을 그린 <몽상가들>과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한 남자의 절망적인 스토리 <천국의 전쟁>의 공통점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인 '섹스'라는 코드를 소재로 다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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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감독이 의도한 드라마의 방향은 다르다. <몽상가들>은 자유를, <천국의 전쟁> 스스로 자유를 포기한다. 인간은 늘 자유를 꿈꾼다. 두 영화 모두 그런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극 중에 나오는 남녀의 성적인 장면들은 인간이 갈망하는 자유를 찾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 <몽상가들>은 그 자유를 얻기위해 빛을 향해 한 걸음 씩 나아가지만, <천국의 전쟁>은 빛을 영원히 잃어버려 자유를 얻지 못한다. 그리고 빛을 선택하는 선과 어둠을 선택하는 악을 의미하기도한다. 한국의 영화 관객에게 아직까지 과감한 수위의 성적 표현이 수용되지 못할까.

<천국의 전쟁>을 연출한 카를로스 레이가디스 감독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보낸 편지의 전문에서 영화는 절대 포르노그라피가 아니라고 말하며 제한상영가를 다시 재검토해줄것을 요청했다. 이후 제한상영가를 계속 받게된다면 한국의 관객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지 못하게된다. 현재 제한상영가등급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은 전국에서 지방에 단 한 곳 뿐이다. 아직까지 한국의 문화적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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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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