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4회 ‘사람사는세상영화제’가 오는 9~12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는 ‘영화는 정치다 정치는 영화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예년보다 충실한 상영작과 이벤트로 관객을 맞는다. 개·폐막작도 이런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사회는 배우 김의성이 맡았으며, 국내외 초청작 22편, 한국 단편 공모작 2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은 중국을 대표하는 여성 감독 쉬안화 감독의 <그날은 오리라>다. 홍콩이 일본군에 점령당했던 시기에 독립운동을 펼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았다. 과거 홍콩의 뒷골목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폐막작은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국가에 대한 예의>(권경원 감독)다. 국가기관의 조직적 조작과 폭력으로 희생된 강기훈씨의 이야기를 사건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로 그려냈다.
올해 영화제는 ‘세계는 지금’, ‘우리는 지금’, ‘정치가 된 영화 ’, ‘영화가 된 정치’까지 좀더 구체적이고 세분된 섹션으로 꾸려져 다양한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영원, 노무현’ 섹션도 꾸려졌다. 올해 개봉해 185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와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을 비롯해 송강호 주연의 <변호인>까지 ‘노무현 3부작’을 상영한다.
사람사는세상영화제는 올해 ‘사람사는세상 어워드’를 마련해 ‘사람상’과 ‘세상상’ 두 부문을 시상한다고 밝혔다. 사람상 수상자는 올해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 김사복씨다. 김사복씨는 1980년 5월, 서울에서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내려가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인물이다. 영화의 대흥행으로 실존인물 김사복의 존재가 확인된 바 있다. ‘세상상’은 최승호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이다. 이 영화는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언론을 길들이고 장악해왔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탄압을 겪었는지를 깊이 있게 취재한 작품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