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등장한 ‘부산스토리마켓’. 이번 마켓에 참가한 대원씨아이의 부스. 김은형 기자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등장한 ‘부산스토리마켓’. 이번 마켓에 참가한 대원씨아이의 부스. 김은형 기자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지난 8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개막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 국내 출판사 부스가 차려졌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아시아 각국의 영화 제작사, 배급사, 관련 기관들이 참여하는 마켓에 처음으로 출판사 문패가 올라간 것이다.

주요 문학 출판사들을 비롯해 출판사 16곳이 참여한 마켓 부스 옆에는 문패는 없지만 테이블 40여개에 출판사와 웹툰·웹소설 개발사, 콘텐츠 플랫폼 등이 빈틈없이 자리를 잡았다. 올해 처음 마켓에 등장한 ‘부산스토리마켓’이다.

부산스토리마켓은 이른바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대변되는 케이(K)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마켓 쪽이 스토리 제공자와 영상화 관계자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섹션이다. 영상화될 수 있는 원천 스토리의 중요성이 커지자 2012년 신설했던 이아이피(E-IP·엔터테인먼트-지식재산권) 마켓을 대폭 강화했다. 공모작 중 마켓이 선정한 30여편에 대한 피칭 프로그램만 있던 이아이피 마켓과 달리 아예 부스를 차려 콘텐츠 제공자와 영상 제작·투자사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을 펼친 것이다.

광고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등장한 ‘부산스토리마켓’. 김은형 기자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등장한 ‘부산스토리마켓’. 김은형 기자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등장한 ‘부산스토리마켓’. 김은형 기자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등장한 ‘부산스토리마켓’. 김은형 기자

부스에서 만난 문학과지성사 윤서희 저작권팀장은 “이아이피 마켓에 3년 동안 참여하다 이번에 스토리마켓에 왔다”며 “소설을 영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니즈는 꾸준히 있어 왔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영상화에 적합한 주요 작품을 골라 홍보에 나섰는데, 문학과지성사는 손보미, 이유리, 조해진 작가의 타이틀을 내놨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에 공식 초청된 오티티 드라마 <커넥트>의 원작 만화 판권 제공사인 대원씨아이 김준혜 라이츠사업부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스토리 아이피 확보 경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본격적으로 작품들을 소개해보고자 처음 부산 마켓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인기 만화 저작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대원씨아이는 사전 미팅만 16개가 잡혔다. 출판사 공식 부스는 해마다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쪽이 영화제 마켓과 협의해 설치했다.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는 11일 스토리마켓 전체 일정을 끝낸 뒤 “출판사와 영상 제작사 또는 플랫폼 간의 판권 거래가 늘고 있어 이를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마켓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부스 입주 결정이 늦어져 미팅 성사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는데 입주사들마다 바쁘게 미팅을 진행해 만족스럽게 행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등장한 ‘부산스토리마켓’. 김은형 기자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등장한 ‘부산스토리마켓’. 김은형 기자

문패를 단 출판사 부스 옆 테이블에서도 쉴 틈 없이 고객을 맞고 있었다. 장르소설 출판을 하는 북오션은 올해 전건우 작가의 ‘콜드 블러드’(<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 수록작)가 공식 선정돼 마켓을 찾았다. 스토리마켓은 이번에 마켓 선정작으로 한국 30편, 국외 21편을 뽑아 미팅 테이블을 제공했다. 박영욱 북오션 대표는 “장르소설 출판을 시작한 지 몇년 안 됐지만 아이피에 대한 시장 수요가 커진 걸 체감해 최근에는 스토리 개발부터 영상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올해는 영화사, 드라마 제작사뿐 아니라 대형 게임 회사와 공중파 방송사까지 부스를 방문하는 등 아이피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특히 전과 달리 실무자뿐 아니라 본부장이나 대표급이 직접 나선 게 눈에 띄는 변화”라고 말했다.

광고
광고

기획 단계부터 영상화를 고려하거나 동시에 추진하는 소설 창작은 최근 큰 출판 흐름 중의 하나다. 부산 스토리마켓에 참여한 안전가옥과 고즈넉이엔티가 대표적인 아이피 개발사 겸 출판사다. 이뿐 아니라 전통적인 출판사인 동아시아와 창비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화를 염두에 둔 작품 목록을 늘리고 있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등장한 ‘부산스토리마켓’. 김은형 기자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등장한 ‘부산스토리마켓’. 김은형 기자

행사장에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 바이어들의 방문도 많았다. 창비의 김채아 저작권부 차장은 “국외 바이어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소개해달라고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작사들이 한국 콘텐츠 아이피 확보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구매 절차 등을 몰라 애먹기도 하는데 직접 만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다고 하더라”며 “앞으로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작품 정보를 알리는 뉴스레터를 더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창비는 에스에프(SF), 판타지 등 장르소설이 포진한 와이에이(YA·영어덜트·청소년문학소설) 컬렉션이 큰 관심을 받았다.

광고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스토리마켓에서 진행된 비즈니스 미팅은 1027건이다. 이를 포함해 나흘간 진행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는 48개국 1059개 업체, 2185명의 산업 관계자가 참여했다. 마켓이 처음 열린 2006년 이래 최고의 참가 규모다.

부산/글·사진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