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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최고 명대사…“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등록 :2015-09-03 20:49수정 :2015-09-06 10:08

영화 <베테랑>
영화 <베테랑>
이재익의 명대사 열전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 영화 <베테랑> 중에서 마동석의 대사

영화 <베테랑>이 관객 1000만명 고지를 넘었다. 지난 2일 류승완 감독과 업무 관계로 만나서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두 가지가 기쁘다고 했다. 하나는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줄 수 있어서 좋고, 두 번째로는 앞으로 더 좋은 영화를 더 잘 찍을 수 있는 힘이 생겨서 좋다고. 나도 기쁘다. 이렇게 생각하는 감독에게 흥행의 열매가 돌아가서.

이 영화는 폭주기관차처럼 제멋대로 사는 재벌 2세와 정의감 넘치는 열혈 형사의 대결을 그린다. 권력과 돈 앞에서 느슨해지는 시스템 속에서 마음껏 악행을 저지르며 살던 조태오(유아인) 앞에 협박도 회유도 도통 안 통하는 서도철(황정민) 형사가 나타난다. 일개 형사인 서도철은 수많은 수행원을 거느린 조태오에게 겁먹지 않고 수사망을 좁혀간다.

결국 조태오는 마약 파티를 벌이던 중 급습한 경찰을 피해 도로로 쫓겨나와 검거된다. 엄청난 추격전 끝에, 수많은 시민들이 핸드폰으로 현장을 촬영하는 가운데.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서도철 형사와 격투를 벌이다가 도망가려는 조태오를 한 이름 없는 시민(마동석)이 막아서는 것이다.(사진) 자기 앞을 가로막은 ‘평민’을 보고 조태오는 황당해서 묻는다. 니가 뭔데 감히 내 앞을 막느냐고. 그때 돌아오는 대답.

“나 저기 아트박스 사장인데.”

우리들은 은연중에 이런 생각을 한다. 재벌이나 권력자들은 범법행위로 잡혀가도 결국 유야무야 풀려날 거라고. 그 ‘유야무야’를 ‘꼼짝없이’로 만드는 힘이 바로 시민들의 눈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복기해보자. 사건 당시의 정황과 그 이후 수사 과정, 처벌 과정까지 분노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시민들이 아니었다면 실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까? 특혜를 받으면서 수감생활을 했다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우리들이 무심하게 있었다면 수감까지는 가지 않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보면, 조태오를 잡은 역할은 열혈 형사 서도철이지만 잡힌 조태오를 철벽같이 가두는 역할은 현장을 구경하던 수많은 시민들이었다. 너도나도 손에 든 핸드폰이 마치 감방 벽처럼 조태오를 가둔 장면은 내가 꼽는 <베테랑>의 최고 명장면이기도 하다.

아마 영화 속에서 아트박스 사장을 밀치고 조태오가 도망가려 했다면 옆집 떡볶이 사장님이 잡았을 테다. 그 손마저 뿌리치고 도망가려 했다면 데이트 중이던 젊은이들이 제압했을 테지. 그리고 그 현장은 고스란히 인터넷에 공개되어 도주의 증거로 쓰였을 것이다.

에스엔에스(SNS)는 기존 언론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감시기능을 자연스럽게 부여받았다. 물론 부작용도 적지 않지만, 묻힐 뻔했던 악행이 누리꾼을 통해 드러나고 여론이 모여 실질적인 수사와 처벌까지 이끌어 내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결정적인 증거 제공까지도. ‘네티즌 수사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일반 시민들도 불의 앞에서 각자가 기자이며 형사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니 쫄지 말자. 나쁜 놈이 있으면, 그놈이 재벌 2세든 권력자의 자녀든 쫄지 말고 막아서자. 니가 뭔데 나를 막느냐고 묻거든 당당하게 답하자. 아트박스 주인이라고. 분식집 아줌마라고. 642번 버스 기사라고.

류승완 감독을 만나서 들은 여담 하나. 오늘 꼽은 명대사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는 배우 마동석씨가 현장에서 생각해낸 대사였단다. 촬영을 몇 시간 앞둔 상황이라 사용 허가를 받으려고 아트박스 본사 쪽과 연락하는데 진땀을 뺐다고. 뜻하지 않은 광고 효과에 지금쯤 본사에서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겠지? 조만간 마동석이 예쁜 볼펜 세트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광고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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