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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연예

‘뜨거운 100분’ 비결은 차이를 드러내는 것

등록 :2008-06-29 18:07수정 :2008-07-03 18:23

문화방송 ‘100분 토론’
문화방송 ‘100분 토론’
이영배 피디가 말하는 ‘토론과 그 전후’

‘100분 토론’의 이영배 피디
‘100분 토론’의 이영배 피디
요즘은 섭외하기 정말 힘들어
막상 방송때 입다무는 패널도

스타, 오락프로그램으로만 뜨나? 이제 토론으로도 뜬다.

‘촛불’로 텔레비전 토론프로그램이 달아올랐다. 시청률 3~4%대의 한국방송 <생방송 심야토론>, 2%대의 에스비에스 <시시비비>는 5월 이후 시청률이 평균 1.5배 정도 뛰었다. 그중에서도 6.9%까지 오른 문화방송 <100분 토론>은 5월 ‘미국 쇠고기, 안전한가’로 주도권을 잡더니 ‘스타’를 줄줄이 배출했다. 누리꾼들은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똑 소리 나는 의견을 낸 시민논객들의 어록을 정리하고 별명을 붙였다. 자국 쇠고기를 불안해하는 미국 분위기를 전한 동포 주부 이선영씨를 비롯해 정부를 자동차업체에 비유하며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를 내놨다고 질타했던 ‘양 선생님’(양석우씨) 어록은 게시판을 달궜다.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시민논객 김지윤씨에게는 ‘호통녀’ ‘고대녀’ ‘김다르크’라는 별명이 붙었다.

패널들, 말 잘못했다간 혼쭐난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사실과 달리 “‘고대녀’가 재학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가 사과했다.

<100분 토론>은 ‘뉴스 제조기’이기도 하다. 송기호 변호사가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정부가 오역을 했다는 의혹을 이 토론에서 제기했고, 이후 정부가 인정했다. 밤 12시10분부터 100분, ‘시청의 사각지대’인 이때 시청자들은 잠도 안 자고 한 회 방송에서 4만여건 의견을 <100분 토론> 게시판에 올린다.

왜 특히 <100분 토론>이 뜨거울까? 다른 토론 프로그램에 비해 의견 접근보다는 의견 차이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패널들은 논리의 맨살을 드러내버린다. 논쟁 지점을 정리하고 넘어가기보다 치열하게 맞붙도록 하니 패널들은 100분도 모자란다고 아쉬워한다. <100분 토론>은 종교인 과세 논란, 영화 <디 워> 논란 등 전방위로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주제를 집요하게 다뤄왔다. 1999년 10월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9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이영배(42) 피디에게 <100분 토론> 제작 과정을 들어봤다.

-힘든 건?


=철칙을 지키는 일이다. 가장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선 사람을 섭외하는 게 철칙이다. 요즘엔 여론이 좋지 않으니까 한나라당 의원들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 공무원들은 더 힘들고….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 편에서는 방송 당일 오후까지 정부 쪽 참석자들이 결정되지 않았다. 애원도 하고 협박도 한다. (웃음) 국민들한테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지기도 하고 편집 안 하니 왜곡도 없다고 설득도 한다. 우리가 “이번만 부탁드린다” 그러면 저쪽에서는 “우리도 이번만 사양한다” 그런다. 섭외 징크스가 있는데, 섭외가 쉽게 끝나면 반드시 탈이 난다. 방송 전날 패널이 안 나오겠다고 틀어버린다든지…. 지식인층은 방송을 저잣거리 말싸움으로 여겨 잘 안 나오려고 하는 것 같다. 토론하고 설득하는 건 지식인의 의무라고 생각하는데, 논란을 제기한 당사자인데도 안 나오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오역’원문 갑자기 찾느라 진땀
손석희 사회자 맥락꿰기 탁월

순발력도 필요하다.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 토론에서 송기호 변호사가 오역 문제를 제기해 생방송 중에 원문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려고 갑자기 미국 사이트를 뒤지느라 진땀을 뺐다.

-논객은 어떻게 발굴하나?

=재미있는 구도를 여러 가지 짜본다. 가장 뜨겁게 논쟁할 사람, 전문성도 있고 전달 능력이 좋은 사람이 일순위다. 책상에 국회의원 명단이 붙어 있는데 전부 이력부터 성향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아마 작가와 내가 같은 당 사람들보다 의원들에 대해 더 많이 알 거다. (웃음)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바뀌면 (쌓아놓은 정보들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말과 글은 다르니까 청문회, 라디오, 다른 토론 프로그램에서 한 말도 빼놓지 않고 보고 듣는다.

-기피 인물은?

=토론 전에는 입장이 있었는데 토론장에 나와서는 의견이 뭔지 알 수 없는 사람. 아마 본인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거다. 그 다음에는 말 안 하는 사람. 그리고 쉬운 말 어렵게 하는 사람.

-<100분 토론>은 싸움만 붙인다는 의견도 있다.

논리 vs 논리 게임 보듯 봐달라
인신공격 댓글 자제해줬으면…

=우리 장점은 열정적인 것이다. 제목도 ‘문제점과 해법’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안 짓는다. 논쟁에 집중하다 보니 주제의 여러 측면을 아우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토론을 하다 만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전제 조건은 차이가 뭔지 분명하게 드러내는 거다. 한국 토론 문화에서는 차이를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

­-2002년 16대 대선에 대한 토론에서 이부영 의원과 정동영 의원이 손석희 사회자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하자 손 사회자가 “두 분 마이크 꺼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마이크 끈 적이 몇 번 있다. 손석희 교수의 순발력은 탁월하다. 누구를 연결해도, 논란을 일으킬 발언에도 뛰어나게 대처한다. 뭐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토론의 맥을 확실히 꿰고 있다.

-아찔했던 순간은?

=2000년에 토론 당일 저녁 7시가 됐는데 한 의원이 안 나오겠다고 했다. 결방하고 영화 틀었다. 이후 일부 토론자가 안 나오면 그 자리를 비워놓고 간다. 2004년 부안 핵폐기장 논란 때 한 방청객이 분노해 생방송 중간에 뛰어나왔다.

-바람은?

=논리 대 논리가 맞붙는 게임을 보듯 즐겁게 봐달라. 시청자도 자기 편보다 다른 편 이야기에 더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토론자에 대한 인신공격 댓글은 자제해줬으면…. 그런 반응 때문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대중스타들도 사회적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 제2의 신해철씨가 나와야 한다. 김구라, 김제동, 호란, 성시경씨도 토론 잘할 거 같다. 마지막으로 소통이 중요하다는데 토론 프로그램을 평일 밤 12시10분에 내보내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정말 100분만?…궁금한 것 몇가지

<100분 토론> 최장 기록은?= 6시간7분이다. 2002년 5월 ‘정치개혁’을 주제로 밤 11시5분에 시작해 다음날 아침 방송 시작 30분 전인 오전 5시12분에 끝났다. 방송 시간이 짧다는 의견이 있어서 ‘끝장 토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해 본 것이다. 3시간 정도면 끝나겠거니 했던 제작진의 예상과 달리 새벽 2~3시에 패널들이 되레 기운을 차렸다. ‘끝장 토론’을 해도 끝장이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을 봤는데, 제작진은 “지치니까 합의도 더 잘하는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대해서도 5시간 토론했다.

최다 출연자는?= ‘비유의 달인’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20차례로 가장 많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19차례로 2위, 유시민 전 장관이 16차례로 3위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모두 10차례 <100분 토론>에 나왔다. 대통령 당선 뒤에는 2번 출연했는데 “왜 출연료를 안 주냐, 이것도 방송의 횡포다”라고 말해 방청객을 웃겼다.

서울에서만 하나?= 2003년 9월 일본 오사카에서 민단계, 총련계 재일동포들을 모아 ‘두 개의 조국 하나됨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토론했다. 2005년 ‘중국의 비상, 위기인가 기회인가’는 중국 상하이 배 위에서 토론하려고 준비했는데 당일 일기예보가 오락가락해 제작진도 세트를 밖에 차렸다가 배 안으로 들여놨다가 고생을 했다. 제주·광주·부산·대구·대전 등도 돌았다.

최고 시청률은?= 2000년 ‘낙선·낙천 운동 어떻게 볼 것인가’가 13%가 나와 재방송까지 했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문제도 10%를 넘겼다.

김소민 기자


‘100분 토론’ 막전막후
‘100분 토론’ 막전막후

‘막전막후’를 아시나요…인터넷서 인기

지난 19일 <100분 토론> 대기실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토론 시작 전인데도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과 김종률 통합민주당 의원 사이에 긴장이 팽팽하다. 다른 자료를 보는 듯하던 김 의원이 넌지시 “남의 당 사정에 관심이 많으시네”라고 주 의원을 살짝 긁는다. 두 사람을 보며 손석희 사회자는 “오늘 토론 뜨겁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토론의 전후 사정, 누리꾼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100분 토론> 홈페이지의 ‘토론 막전막후’라는 코너에 제작진이 동영상으로 올려두기 때문이다.

본토론이 뜨면서 막전막후의 클릭 수도 부쩍 늘었다. 보통 클릭 수가 3천 건 정도였는데 ‘재협상과 촛불정국의 향방’의 경우 2만9411건까지 뛰어 최고를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 100일, 민심’의 막전막후도 1만5191건에 이르렀다.

막전막후는 2005년께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토론 직전 같은 편끼리 같이 등장하기도 하고 작전을 짜기도 했다. 끝난 뒤에 “사실 당의 입장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내 의견은 이렇다”고 말하는 패널도 나왔다. 농담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토론에서는 눈에 쌍심지를 켜더니 끝난 뒤에는 “아까 나한테 너무했어”라며 우스개를 건넸다. 막전막후를 만드는 김인성 비디오자키는 “클릭 수가 늘면서 출연자들이 카메라를 의식해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토론 끝나고 그냥 떠나버릴 때 가장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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