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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보건교사 안은영’, 젤리 소재 독특하지만…서사는 따로 노네?

등록 :2020-10-05 18:27수정 :2020-10-06 02:38

[이경미 감독 연출 넷플릭스 드라마 살펴보니]
남들 눈에 안 보이는 욕망의 잔여물 젤리
이를 보는 특별한 교사의 사건 해결기
동명 명랑 판타지 소설 6부작 드라마로
여성서사 강점인 이 감독 첫 드라마 연출
여성히어로·사회적 소수자 조명 강점
각 사건 연결고리·인물 전사 약해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소재는 독특한데 서사가 약하다.’

지난 25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6부작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정세랑 소설가가 2015년 출간한 동명의 명랑 판타지 소설을 영화 <비밀은 없다> <미쓰 홍당무> 등을 만든 이경미 감독이 드라마 연출 데뷔작으로 선택해 관심이 높았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이 주인공이다. 그가 한문 교사 홍인표와 함께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을 해결해나간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독특한 지점은 미스터리한 일이 ‘젤리’로 표현되는 부분이다. 드라마는 ‘욕망의 잔여물’인 젤리를 소재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손을 잡으면 그 사이에 끈적한 젤리가 형성되고, 욕망 가득한 악귀들이 젤리 모양으로 나타나 사람을 공격한다.

매회 새로운 젤리가 등장한다. 문어 모양 젤리, 몸에 침투한 하트 모양 젤리, 지하실에 가득한 해산물 모양 젤리, 학교 위를 떠다니는 고래 모양 젤리, 땅 뚫고 나오는 거대한 두꺼비 젤리, 옴 젤리 등 총 12가지 젤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lt;보건교사 안은영&gt;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제작진이 텍스트를 영상화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도 젤리 표현이다. 소설에서는 그냥 ‘젤리’라고만 나온다. 이경미 감독은 5일 화상 인터뷰에서 “귀여운데 징그럽다는 양극단적인 감정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모양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챙겨 보면서 실제로 존재하는 여러 생명체를 참조했다. 이 감독은 “문어 젤리는 실제 똑같이 생긴 문어를 가져와 눈을 키웠고, 지하실 젤리는 각종 해산물을 모델로 삼았다. 젤리의 소리도 개구리, 두꺼비, 고래 등 동물 소리를 변형시켰다”고 설명했다.

젤리를 무찌르는 안은영을 내세운 ‘여성 히어로물’이라는 점도 <보건교사 안은영>을 특별하게 빚는다. 태어날 때부터 젤리를 무찔러야 하는 운명에 갇힌 안은영은 “아! 18”을 남발하면서도 운명에 체념한다. 하지만 여느 히어로처럼 사명감에 불타지는 않는다. 계속 고민하고 현실에 괴로워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지키려고 평생 옴을 잡아먹으며 살아야 하는, 비슷한 처지의 ‘옴잡이’ 고등학생 백혜민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돕는다. 이 감독은 “시즌1은 프리퀄(전사를 다룬 속편)의 의미로, 자신의 능력과 운명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미완성의 주인공이 비로소 능력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소명 의식이 뭔지 생각하는 성장드라마로 가져가면 어떨까 했다”고 말했다. 앞선 작품에서 줄곧 여성 서사를 중심에 뒀던 그는 “여성 이야기가 재미있다. 같은 여성으로서 상상할 수 있는 부분도 많고, 무엇보다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내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원작 속 친절하고 다정했던 안은영은 영상을 만나 좀 더 기괴하고 냉소적으로 그려진다.

넷플릭스 드라마 &lt;보건교사 안은영&gt;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원작 소설이 처음 출판됐을 당시 호평을 받은 이유는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데다 아이들을 지키는 어른들의 모습이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도 이런 강점은 도드라진다. 젤리와 싸우며 자신만의 세상에서 외롭게 살아온 안은영, 다리가 불편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홍인표가 힘을 합쳐 아이들과 학교를 지키는 것은 물론, 여성인 백혜민과 래디가 커플이 되는 모습을 통해 소수자도 조명한다. 지인의 교생 실습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단편이 호응을 얻은 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장편화했다는 원작자 정세랑 작가는 “선한 어른들이 아무 대가 없이 학생들을 지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또한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완벽하지 않아도, 실수를 자주 해도, 함께 힘을 보태고 연결되며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드라마에 처음 도전한 이 감독은 긴 호흡의 드라마를 만들며 내용 전개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평소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다. 다음 에피소드를 클릭하게 하겠다, 시리즈물로 이어질 수 있게 열린 결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영상 언어를 연구하는 감독으로서 대사로 모든 걸 언급하지 않는다.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들에게 낯선 화법일까 걱정됐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보건교사 안은영>은 도드라지는 소재의 독특함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6회차 속 사건들이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서사의 고리가 약한 점은 치명적이다. 짜임새가 부족하다 보니 곳곳에서 물음표가 생긴다. 주요 소재인 젤리도 2회 초반까지 존재감을 발휘하지만, 3회부터는 활약상이 떨어진다.

&lt;보건교사 안은영&gt;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
<보건교사 안은영>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

각 인물의 전사와 관계의 개연성이 부족한 것도 또 다른 약점이다. 선한 영향력으로 안은영의 충전기 역할을 하는 홍인표는 그 중요성에 견줘 존재감이 미약하다. 안은영과 가족처럼 친한 화수가 몸담은 ‘일광소독’과 그 대척점에 선 ‘안전한 행복’의 관계도 설명이 부족하다. 이 감독은 “안은영과 ‘안전한 행복’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장면을 편집한 게 아쉽다”며 “(시즌2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만들게 된다면) 그런 점을 한번 더 점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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