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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화가 박미나의 ‘물감 사용 보고서’

등록 2013-12-26 20:04수정 2013-12-26 21:22

화가 박미나
화가 박미나
0~200호 22개 캔버스에 추상화
회색물감으로 다양한 인물 표현 

12색 유화 물감세트 11개 사용해
질감의 차이로 색면추상 드러내
대개 추상화는 어렵다. 비논리적어서 쉽게 곁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미나(사진)의 작품은 쉽다. 작업은 물론 전시방식이 논리적이고 명쾌하다.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박미나의 개인전 ‘그레이 & 12’(내년 1월19일까지)에는 색면 추상, 표현주의적 추상 연작을 소개한다. 연작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회색 물감과 12색 유화 물감 세트 11개에 대한 사용보고서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함으로써 예술의 세계로 나아가 ‘추상’의 이름을 얻는다. 수집한 추상문자로 색채와 색면을 실험한 ‘딩뱃’ 시리즈의 작업과 통한다. 작가의 바탕은 수집과 분류, 비교.
박미나의 추상은 논리적이어서 어렵지 않다. ‘12색깔 드로잉 II’ 국제갤러리 제공
박미나의 추상은 논리적이어서 어렵지 않다. ‘12색깔 드로잉 II’ 국제갤러리 제공

우선 새롭게 선보이는 ‘피겨’ 시리즈. 0호부터 200호까지 초상화 용도로 규격화된 캔버스 22개가 크기 순으로 걸려 있다. 그동안 줄기차게 해온 색채실험을 아크릴에서 유화로 옮겨와 회색 영역에서 얻은 결과물이다. 여기에 그림의 크기를 나타내는 ‘호’가 풍경화와 인물화가 다른데, 왜, 어떻게 다를까에 대한 탐구를 보탰다. 스스로 “편집증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박미나의 역할은 여기까지. 회색 물감으로 캔버스를 어떻게 채울까는 예술가 박미나의 몫이다. 40년 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그의 감정선을 건드린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크기별로 담았다. 느낌으로 그린 초상인 점에서 ‘표현주의적 추상’이라고 부를 수 있다. 모든 게 미숙한 스무 살에 끝내 상처로 남은 첫 남자는 가장 작은 0호에 담았다. 한가운데를 차지한 검정이 멍울처럼 보인다.

짙은 회색을 두껍게 올린 또다른 작품은 밋밋해 자칫 지나칠 법한데, 알고 보니 엄마란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하지만 평소에는 가치를 잊기 쉬운. 회색만을 썼기에 색채가 주는 가외의 고민거리가 없다. 다만 옅은 색과 짙은 색의 비율, 붓 터치의 변화 등 작가의 행위가 명징하게 드러난다. 200호 작품은 가장 큰 만큼 뭔가 다르려니 했는데, 역시 작가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의 초상이라고 했다. 일관된 짙은 배경에 흰 붓의 자취가 명랑하다.
박미나의 추상은 논리적이어서 어렵지 않다. ‘피겨 30’(위). 국제갤러리 제공
박미나의 추상은 논리적이어서 어렵지 않다. ‘피겨 30’(위). 국제갤러리 제공

‘12 색깔’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7개 물감회사의 12색 유화 물감 세트 11개가 사용됐다. 더이상 아크릴에서 즐거움을 충족할 수 없게 된 작가가 유화로 옮겨와 보여주는 ‘호기심 천국’ 보고서다. 30×30㎝ 정사각형 캔버스에 12색을 칠해 4개씩 3열로 걸었다. 업체별 물감의 질과 12색 조합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한눈에 보인다. 물감회사가 제시한 순서대로라는데, 4×3의 색면조합 11가지가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색면추상 작품이 된다. 작가의 탐구과정이 그대로 작품과 연결되었다. 12색 외의 색 조합으로, 정방형이 아닌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조합으로 작업이 확장될 수 있을 법하다.

작가는 “범위나 규칙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걸 지킬지 깰지 선택할 수 있다”면서 자신은 끝을 보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12색깔 드로잉’은 어린이용 색칠공부 교재에서 해, 달, 별의 이미지만 남기고 12색깔 회색 또는 컬러연필로 칠했다.작업이 힘들어 쉴 때 틈틈이 그렸다고 한다. (02)735-8449.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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