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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필진] 삼족오와 치우천황-1

등록 2006-09-06 15:58수정 2006-09-06 17:23

MBC 월화드라마 <주몽>과 SBS 주말드라마 <연개소문>에서는 두 상징물을 소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어디에서 나오는지 옥의 티처럼 한번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솔솔할 것 같다.

삼족오는 두 드라마가 주제가를 울리며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모두 나온다. 그래픽은 서로 다르지만 두 드라마의 도입부에서 삼족오는 깃을 힘차게 휘날리며 날아간다.

드라마에서도 삼족오와 치우천황은 암호처럼 박혀 있다. <연개소문> 전투씬에선 고구려의 깃발을 자세히 보면 삼족오가 그려져 있다. <주몽>에선 무사들이 입은 옷과 방패, 갑옷에서 치우천황의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다리가 3개인 삼족오는 어떤 새일까? 삼족오는 우리에게 낯이 있은 편이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일본 축구협회가 삼족오를 형상화한 엠블럼을 쓰는 것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당시 “일본이 고구려의 삼족오를 도용했다” “까마귀는 일본에서 길조인데 우리나라에선 흉조여서 그렇지 않다”는 등의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삼족오의 이미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물론 지금도 우리 나라 사람들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3은 음의 수 1과 양의 수 2가 합친 수라는 점에서 완전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까마귀를 흉조로, 검은색에 대해서도 그리 좋은 느낌을 갖고 있지 않다.


옛 우리 조상도 그랬을까? 고대 사람들은, 하늘과 가장 가깝게 나는 새를 신과 사람을 연결하는 상징물로 여겼다. 때문에 샤먼(무당)들의 솟대를 보면 새가 나온다. 즉 신성하고 예지를 갖춘 동물로 여겨진 것이다. 또 고대인들은 자신들이 천신의 자손이라는 점을 은연 중에 강조하기 위해 모자에 깃털을 즐겨 꽂고 다녔다.

그렇다면 왜 검은 까마귀인가? 검은색은, 지금은 악마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고대 사람들에게 검은색은 두려움과 범접할 수 없는 웅장함을 나타냈다. 고구려 병사들의 갑옷은 검은색이었다. 전쟁 때, 적군에게 두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검은색은 또, 음양오행에서 북쪽을 상징한다. 이는 우주만물의 생명과 역사의 근원을 나타낸다.

까마귀에 대해선, 태양의 흑점을 본 고대 사람들이 이를 상징화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면 태양의 후손이라는 뜻에서 태양 안에 강한 대칭의 이미지인 삼족오를 그려 넣었다는 주장도 있다. 삼족오가 용을 잡아먹고, 주작과 봉황의 전신이라는 얘기도 있다.


삼족오는 고구려 각저총·쌍영총·덕흥리 고분 등에서 자주 나온다. 이들 고분 벽화에는 왼쪽에는 용을, 오른쪽에는 봉황을 거느리고 있다. 용은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일본에서도 지난 1930년대부터 삼족오를 일본 대표팀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일본 건국의 신이라는 진무천황이 전쟁에 나설 때 까마귀가 길잡이를 해 주었다는 <일본서기>의 기록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구려 고분 벽화의 삼족오와 일본의 삼족오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고구려벽화에 나오는 삼족오는 반드시 머리에 볏이 있다. 볏 역시 처음과 태초를 상징한다. 반면 일본의 삼족오는 볏이 없는, 단지 세발이 달린 까마귀일 뿐이다.

여전히 의문인 것은, 우리의 옛 조상들이 길조로 여겼던 까마귀가 요즘에는 왜 흉조로 추락했는지다. 고구려에 완패한 중국의 수·한나라가 고구려군의 상징인 삼족오를 폄하했다는 설과 일제가 의도적으로 까마귀를 흉조라고 퍼뜨렸다는 설 등이 있지만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2002년 한국이 4강에 진출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게 된 것이, 붉은 악마의 엠블럼(상징물)인 치우천황이다. 다음에는 치우천황의 전설과 여전히 남는 의문점에 대해.

정혁준 <한겨레> 편집기획팀 기자 june@hani.co.kr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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