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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학전 대표. 한겨레 자료사진
김민기 학전 대표. 한겨레 자료사진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아침 이슬’의 마지막 가사처럼, 그는 서러움 모두 버리고 저 너머로 훌쩍 갔다.

김민기 학전 대표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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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지난해 가을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그가 운영해온 서울 대학로 소극장 학전은 창립 33돌을 맞은 지난 3월15일 문을 닫았다. 재정난이 이어진데다 건강 문제까지 겹치자 김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김 대표는 학전의 레퍼토리를 다시 무대에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투병해왔다고 학전 쪽은 전했다.

고인은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경기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했다. 대학 1학년 때 고교·대학교 동창 김영세와 함께 포크 듀오 도비두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70년 서울 명동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회관의 ‘청개구리의 집’에서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났고, 이때 ‘아침 이슬’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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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희은이 1971년 9월 ‘아침 이슬’을 담은 데뷔 앨범을 발표했고, 김민기도 같은 해 10월 ‘아침 이슬’ ‘친구’ 등을 담은 데뷔 앨범을 내놓았다. ‘아침 이슬’은 당시 유신 정권 반대 시위에서 널리 불렸다. 정권은 이를 금지곡으로 지정하고, 이후 만든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도 금지곡 목록에 올렸다.

그는 1991년 3월15일 소극장 학전을 세우고 1994년 극단 학전을 창단했다. 예술가들의 디딤돌 구실을 하고자 했다. 동물원·들국화·장필순·박학기·권진원·유리상자 등이 여기서 노래했고, 김광석은 1천회 공연을 했다.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장기 공연을 하면서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 등 여러 배우들이 거쳐 갔다. 학전 폐관을 앞두고 열린 ‘학전 어게인 콘서트’에는 이런 가수·배우·예술가 5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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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으로는 아내 이미영씨와 두 아들이 있다. 빈소는 서울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24일 오전 8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