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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 박미향 기자

미향취향은?

음식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의 ‘지구인 취향 탐구 생활 백서’입니다. 먹고 마시고(음식문화), 다니고(여행), 머물고(공간), 노는 흥 넘치는 현장을 발 빠르게 취재해 미식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은 유독 섬이 많은 나라다. 절경을 갖춘 섬부터 황량한 무인도까지 다양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섬은 총 3천348개(2018년 기준)인데, 그중에서 사람이 사는 섬은 472개, 무인도는 2천876개나 된다. 이렇다 보니 매주 섬 여행을 해도 수십년이 걸린다. ‘굳이 섬 여행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섬은 견줄 데가 없을 정도로 독특한 여행지다. ‘나를 찾는 여행’을 하기에 섬의 고립과 단절만큼 요긴한 것은 없다. 더구나 생태계가 잘 보존되었다면 금상첨화다. 장도가 대표적이다.

배에서 보이는 장도. 박미향 기자
배에서 보이는 장도. 박미향 기자
장도 주민이 잡초를 뽑고 있다. 박미향 기자
장도 주민이 잡초를 뽑고 있다. 박미향 기자
아기자기한 장도 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아기자기한 장도 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목포에서 110㎞ 떨어진 장도는 신안군에 있는 흑산도의 부속 섬이다. 면적은 1.57㎢, 해안선 길이는 11㎞인 작은 섬이다. 대장도와 사람이 살지 않는 소장도로 나뉜다. 대장도에 ‘특별한 여행지’가 있다. ‘철새 정거장’이라 불릴 정도로 천혜의 자연이 생동하는 생태여행지 ‘장도 습지’가 주인공이다.

‘장도 습지’는 2005년 우리나라 습지로는 3번째, 세계적으로는 1423번째로 람사르협약습지로 등록됐다. 람사르협약은 1971년 국제습지회의가 열렸던 이란의 도시 ‘람사르’의 이름을 딴 국제협약이다. 습지 보호가 협약의 목적이다. 2003년 한국조류보호협회 목포지회 조사단의 활동으로 처음 세상에 알려진 ‘장도 습지’는 이듬해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요즘 장도가 독보적인 생태환경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섬 습지로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곳이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장도 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아기자기한 장도 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아기자기한 장도 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아기자기한 장도 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아기자기한 장도 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아기자기한 장도 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지난달 18일 신안군 흑산면 흑산항에서 장도로 향했다. 배로 30분 정도 달리자 주홍색 지붕이 연이어 붙어있는 마을이 보였다. 장도 선착장이 가까워질수록 가파른 산자락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집들이 또렷해졌다. 선착장에는 흑산도에 들어가려고 배를 기다리는 섬 주민들이 마중 나온 것처럼 도열해 있었다.

마을 길은 좁았다. 성인 한두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다. 하지만 아기자기하게 난 길은 부산 감천마을처럼 생경하고 운치 있었다. 주민들에게 물었다. “습지 가는 길이 어딘가요?” 70대 노인은 손을 들어 가파른 산자락에 난 나무 데크(덱) 길을 가리켰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데크 길은 삐뚤빼뚤 두서없이 나 있었다. 습지 생태 탐방로다. 총 길이 1.7㎞. 해발 180~200m 분지에 형성된 습지로 인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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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 습지’에는 습지식물 294종과 후박나무 포함한 각종 나무, 멸종위기 동물인 수달, 매, 솔개, 조롱이 같은 야생동물 205종이 서식한다. 그야말로 생태계의 보고다. 수질 정화와 저장 작용이 뛰어난 이탄층(습지에서 식물이 죽은 뒤 썩지 않고 쌓여 만들어진 갈색 층)도 잘 발달된 습지다. 동식물 생존과 섬 주민들의 식수 해결을 책임지는 자원이다.

‘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에서 보이는 섬 자락.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에서 보이는 섬 자락.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로 향한 나무 데크 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야생화.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로 향한 나무 데크 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야생화. 박미향 기자

이른 아침인데도, 햇볕이 탐방로를 뜨겁게 데우고 있었다. 열기엔 짠 바닷바람이 섞여 있었다. 머리카락을 슬쩍 만지고 황급히 떠나버리는 바람이 야속하다. 옷소매 안으로 들어와 계속 머물면 좋으련만! 데크 길은 가파르다. 자박자박 걸을 때마다 땀이 솟구쳤다. ‘솔개, 조롱이 등 멸종위기 동물을 운 좋게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15분 올랐을까, 뒤를 돌아봤다. 비행접시 같은 섬 자락이 바다에 떠 있는 게 보였다. 오를 길이 지난 온 길보다 길다. 조바심이 들 법도 한데 오히려 안도감이 든다. 시간을 아껴 도착한 이유가 없었다. 섬 시간은 배 들어오는 시간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온 세상이 고요했다. 섬의 침묵엔 경이로운 점이 있었다. 세상 소리는 ‘삭제’되었지만, 마음의 소리만은 크게 울렸다.

‘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로 오르는 나무 데크 길.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 정상에 자리한 전망대. 박미향 기자
‘장도 습지’ 정상에 자리한 전망대. 박미향 기자
멸종위기 동물 등이 서식하는 ‘장도 습지’. 박미향 기자
멸종위기 동물 등이 서식하는 ‘장도 습지’. 박미향 기자

나무 데크 길이 끝나자 흙길이 시작됐다. 걷는 맛이 색다르다. 폭신한 비단길을 같은 흙길은 사람 키보다 몇 배 큰 나무를 호위무사로 거느리며 원시림으로 이끌었다. 숲길엔 각종 야생화가 지천으로 폈다. 중년이 된 증거가 바로 ‘꽃’이다. 자동으로 꽃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30분 정도 지나자, 팔각정 전망대가 나타났다. ‘장도 습지’ 정상에 도착했다. 다시 내려가기 위한, 잠시 쉬어 가는 ‘타임’이다. 어디선가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 소리가 들렸다. 습지 깊숙한 곳에선 새가 울고 있었다. 더없이 평화로운 이 ‘순간’을 여행객은 놓칠 수 없다. 가슴에 오롯이 새길밖에.

장도 가는 배편은 흑산도 흑산항에서 월·수·금요일 하루 2번 운행한다. 화·목·토요일은 하루 1번.

징도(신안)/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