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제이티비시 제공
‘재벌집 막내아들’. 제이티비시 제공

<슈룹> <재벌집 막내아들>. 요즘 화제를 모은 티브이(TV) 드라마들이다.

<슈룹>(티브이엔∙tvN)은 지난 4일 시청률 16.9%(이하 닐슨코리아 집계)로 종영했다. 6회에서 10%를 넘기더니 마지막까지 화제성을 이어갔다. <재벌집 막내아들>(제이티비시∙JTBC)은 6.1%로 시작해 가장 최근 방송인 4일 8회에서 무려 19.4%를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익숙한 설정을 살짝 비틀었더니 새롭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인공 진도준(송중기)이 재벌가 막내아들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내용. 주인공이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라는 점에서 재벌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세세하게 펼쳐진다. <슈룹>은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중전을 진취적인 어머니로 바라본 것이 이전 사극과 달랐다. 중전 화령을 연기한 배우 김혜수는 5일 소속사를 통해 “이 땅에 모든 엄마를 존경한다. (<슈룹>으로) 엄마의 힘, 사랑의 힘을 많이 배웠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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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티브이 드라마는 바통을 이어받은 듯 끊김 없이 화제작이 나왔다. <슈룹> <재벌집 막내아들> 직전에는 <천원짜리 변호사>(에스비에스∙SBS)와 <작은 아씨들>(티브이엔)이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이전에는 ‘재벌집 아들’도 ‘천변’도 ‘아씨들’도 어쩌지 못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엔에이∙ENA)가 있었다. 2022년 화제작들을 순서대로 정리하자면 <스물다섯 스물하나>(2월12~4월3일), <나의 해방일지>(4월9일~5월29일), <우리들의 블루스>(4월9일~6월12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6월29일~8월18일), <작은 아씨들>(9월3일~10월9일), <천원짜리 변호사>(9월23일~11월11일), <슈룹>(10월15일~12월4일), <재벌집 막내아들>(11월18일~) 순이다. 모두 시청률도 온라인 화제성도 좋았던 작품이다.

‘슈룹’. 티브이엔 제공
‘슈룹’. 티브이엔 제공

TV드라마, 시행착오 끝 “잘하던걸”로 승부 = 제작 면면을 보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OTT) 시대에 대응하는 ‘나만의 답’을 찾은 듯하다. 티브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든 것이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오티티가 본격화하면서 티브이 콘텐츠는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창작자들은 좀비 드라마 <킹덤>처럼 넷플릭스 자본력으로 한국에서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했고, 시청자들도 그에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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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케이블채널 피디는 5일 <한겨레>에 “그래서 티브이 드라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다. 자본력에서 밀리고 젊은 세대가 오티티로 가면서 티브이 드라마는 대상층 연령대를 높이기도 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실험적이진 않지만 따뜻함 등 기존 색깔에서 조금씩 변하며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티브이 드라마의 승승장구는 <나의 해방일지>와 <우리들의 블루스>가 함께 질주하면서부터다. 박해영과 노희경 두 베테랑 작가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야기가 오티티 시대에도 통한다는 게 증명되면서 이후 많은 작품이 쏟아져나왔다.

TV드라마, OTT 대응 ‘전략’ = 잔잔하지만 따뜻한 이야기에, 코미디를 결합한 법원물, 퓨전사극까지. 이전에도 많이 봐왔던 장르와 소재들이다. 제작사나 방송사들이 오티티에 기대지 않고 나름의 전략을 세워 대처한 것 또한 티브이 드라마를 힘받게 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드라마에서 이례적으로 금·토·일 주 3일 편성을 했다. 예전 같으면 ‘무리한 편성’이라는 비난도 나왔겠지만, 전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오티티 시대에 맞선 나름의 묘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오티티로부터 저작권을 지키고, 한국 드라마 제작사의 오티티 의존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장애인 역할을 실제 장애인 배우한테 맡기는 의미있는 시도도 티브이 드라마에서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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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티, 경쟁하듯 쏟아내 대박작 줄어 = 오티티 국내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서는 <수리남> <약한 영웅> <안나> 정도가 화제작으로 꼽힌다. 유명 감독이 참여하는 등 제작 단계에서 화제가 된 작품은 많았지만 결과물이 <킹덤> <오징어 게임>처럼 대중적 인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티티들이 늘면서 서로 경쟁하듯 쏟아낸 양적 욕심이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많다.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초창기 오티티 작품은 신선한 소재와 특성으로 기대감을 갖게 했고 뻔한 소재를 반복하는 지상파 드라마와 거리를 두게 했다.

최근 1~2년 사이 오티티는 서로 경쟁하듯 자체제작물을 쏟아내니 양은 많은데 볼 건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특히 티빙은 ‘연상호 감독’을 소비하다 <괴이>에서 결국 혹평이 나왔다. 불필요한 선정성과 폭력성도 강조되고 있다. 넷플릭스 <썸바디>에는 왜 넣었나 싶은 장면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올해는 <안나> 사태처럼 드라마와 영화의 결합 지점인 오티티가 진통을 겪는 시점이고 디즈니플러스가 간을 보는 단계에서 대작들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